이미지 크게보기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발굴된 변기형 석조물.

문화재청, 발굴현장 일반 공개
고급 변기·배수시설까지 나와

통일신라 최상위 계층의 수세식 화장실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화장실 유구가 새롭게 발견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경주 동궁과 월지(사적 제18호, 옛 사적명:안압지)의 북동쪽 인접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 성과를 26일 발굴현장에서 일반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유구 중에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세식 화장실 유구다. 이 유구는 화장실 건물 내에 변기시설, 오물 배수시설까지 함께 발굴된 신라 왕궁의 화장실 유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변기시설만 발견(불국사, 8세기)되거나 화장실 유구(익산 왕궁리, 7세기 중엽)만 확인됐을 뿐, 화장실 건물과 변기시설 그리고 오물 배수시설이 이렇게 같이 발굴된 것은 최초다. 또 현재까지 조사된 통일신라 시대까지의 고대 화장실 중 가장 고급형으로 보인다.

화장실 유구는 건물 내에 변기가 있고, 변기를 통해 나온 오물이 잘 배출될 수 있도록 점차 기울어지게 설계된 암거(暗渠)시설까지 갖춘 복합 변기형 석조물이다. 구조물은 양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을 수 있는 판석형 석조물과 그 밑으로 오물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타원형 구멍이 뚫린 또 다른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다.

특히 동궁과 월지 화장실 유구는 고급 석재인 화강암으로 변기시설을 만들고 오물 제거에 수세식 방식이 사용된 점, 변기 하부와 오물 배수시설 바닥에 타일 기능의 전돌(쪼개어 만든 벽돌)을 깔아 마감한 점 등을 미뤄 볼 때 통일신라 왕궁에서 사용된 고급 화장실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발굴현장 동편에서는 동궁과 월지의 출입문으로 추정되는 대형 가구식(架構式) 기단(목조가구처럼 만들어진 석조 기단) 건물지도 확인됐다. 건물지가 통일신라 시대 왕경 남북도로에 맞닿아 있고 넓은 계단시설도 갖춰 정문은 아니더라도 그동안 동궁과 월지에서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던 출입문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발견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함께 동궁 내 생활과 관련된 창고시설과 우물 등 다양한 생활유물도 출토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6일 현장설명회를 통해 관계 분야 전문가, 일반 시민과 발굴성과를 공유하고 소통했다”며 “향후에도 경주 동궁과 월지 발굴조사와 심화연구를 계속 진행해 신라 왕궁 연구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경주 동궁과 월지의 변기시설과 배수시설이 연결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