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상설협의체’ 논의 예정

한국당 ‘불참’…기존방침 고수
“양자 영수회담일땐 응할 수도”

청와대가 오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회동에 불참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양자 영수회담에는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병헌 정무수석이 27일을 잠정 회동 일자로 잡고 야당과 조율 중”이라며 “야당 다수가 그날보다 다른 날이 좋겠다고 하면 날짜를 변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동이 성사되면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외교 성과를 설명하고, 한반도 안보 상황을 여야가 초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에 감사의 뜻도 밝힌다. 청와대는 또 협치의 틀을 안착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논의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회동 참석 여부를 논의한 결과, 참석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홍준표 대표는 “형식적인 만남이나 보여주기식 만남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며, 실질적인 대화 자리가 마련된다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강효상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당은 청와대가 추진 중인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에 대해서도 “삼권분립에 맞지 않는다”며 거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강 대변인은 “여야를 전부 불러서 마치 청와대의 정책 집행 도구로 활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청와대는 한국당이 내비친 양자 영수회담 요구에 대해 “앞으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추진하겠다”면서도 “이번에는 5당 대표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에둘러 거부 의사를 표했다. 청와대는 여야 5당 대표 회동이 이번 주를 넘기면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고 보고, 한국당 설득에 실패할 경우 여야 4당 회동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이번 회동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5개 정당 당 대표 및 원내대표를 초청하는 형식의 회동은 자칫 ‘보여주기식 회동’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15명 규모의 회동에선 진지한 논의도, 야당 의견을 듣기도 어렵다”며 “(회동에) 참석하긴 하겠지만 보여주기식은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단순히 만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게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희·이근평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