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 경찰관 관련 사건
법원 “법조문 잘못 파악” 해명
검찰도 이의 제기 않고 ‘방관’

법원이 법정형보다 현저히 낮은 벌금형을 선고하고, 검찰은 이를 항소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던 ‘수상한’ 경찰관 직무유기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대검찰청은 전직 경찰관 송모(54) 씨에게 직무유기 혐의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대해 지난 18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비상상고를 했다고 25일 밝혔다. 비상상고란 확정된 형사판결에 법령 위반 사실이 발견된 경우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검찰의 비상상고가 이유 있다고 인정할 경우 대법원은 단심으로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송 씨는 2015년 11월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운전자의 신병을 인수했지만, 동료 경찰관의 부탁을 받고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귀가시켰다. 송 씨는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3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그 뒤 항소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부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고, 검찰과 송 씨 모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그러나 직무유기죄는 형법 122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야 한다. 벌금형은 규정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당시 법원이 법적 근거 없이 양형을 가볍게 선고해 ‘봐주기 재판’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법원은 “법조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송 씨의 변호인인 박모(50) 변호사가 부장판사 출신인 것이 알려지며 전관예우 의혹도 아울러 제기됐다. 엉뚱한 벌금형 선고로 1심보다 형이 낮아졌음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검찰의 ‘방관’도 비판받았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