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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상속녀이자 세계 최고 부유한 여성이었던 릴리안 베탕쿠르가 21일 세상을 떠났다. 94세. 그의 딸 프랑수아즈 베탕쿠르 메이예는 “어머니가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베탕쿠르는 지난해 포브스 집계에서 자산 395억 달러(약 44조7500억 원)로 전 세계 14위 부호로 평가됐다. 여성 가운데선 1위였고 프랑스에서도 1위였다. 재산 대부분은 세계 최대 화장품기업 로레알 창립자인 아버지 외젠 슈엘러에게서 물려받았다. 베탕쿠르 가족은 현재 로레알 지분 약 33%를 갖고 있다.

막대한 재산만큼이나 베탕쿠르를 유명하게 한 것은 말년의 소송 스캔들이다. 프랑수아즈는 2011년 자신의 모친이 치매 증상이 있으니 재산권 행사에 대해 후견인 보호권을 둬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프랑스 법원은 “베탕쿠르가 혼합형 치매, 상당히 진행된 알츠하이머 증상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딸의 손을 들어주었다. 판결 후 베탕쿠르는 딸에게 “무덤 속에서도 저주하겠다”는 모진 말을 퍼붓기도 했다. 딸이 어머니를 치매로 몰아갔다는 비난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베탕쿠르의 정신 상태를 의심해 볼 만한 일들이 벌어졌다. 대표적으로 유명 사진작가 프랑수아-마리 바니에에 대한 도가 넘는 후원이다. 베탕쿠르는 1987년 자신의 잡지 사진을 찍은 바니에의 후원자를 자처하면서 400만 유로(49억 원)가 넘는 돈을 증여했다. 또 의문스러운 수천억 원대 생명보험 계약도 확인됐다. 베탕쿠르는 2012년 로레알 이사회에서 물러나고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베탕쿠르는 1950년 우파 정치인 앙드레 베탕쿠르와 결혼했고 1957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로레알을 물려받았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