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워크아웃 없는 기업
30위권 시공사중 1곳에 불과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시공능력평가 상위 30위권을 유지하는 기업 중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거치지 않은 기업은 대림산업이 유일하다. 또 30위권에 있던 건설사 70% 이상이 부도나 등록 말소 등으로 사라졌다. 이는 한국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을 경우 ‘생존’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20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섰다. 사회간접자본(SOC)예산 배정과 부동산 경기 호·불황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건설업의 모순을 타개하기 위해 건설부동산업 외 산업에 적극 진출해 왔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진출한 사업 상당수가 적자가 나거나 실패해 도산했고, 이들 건설사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0년대 이후에도 한국 건설사들은 주택 분양사업과 SOC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주택·비토목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부동산 개발·임대업, 레저, 도소매업, 대부업 등으로 넓혀왔다.

현대건설은 올해 태양광 발전을 사업 목적에 추가, 충남 서산에 태양광발전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 반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야심차게 진출한 아이파크몰과 HDC신라면세점도 올들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이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매출이 급락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GS건설과 대림산업 등도 복합화력발전 사업과 호텔업에 진출했으나 예상보다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이다.

서희건설은 2015년 9월 로그인 점포 96개를 인수하며 편의점 사업에 진출했지만 업계 상위 3개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답보상태에 있다. 신세계건설은 골프장(자유CC 및 트리니티 컨트리클럽) 운영과 스파(목욕탕) 사업에 진출했지만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건설부동산산업은 경기 불황과 금리 인상, 수급 문제 등 대내외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아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사들이 다른 분야에 진출하고 있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