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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금으로 부모 아파트 마련
근력강화·하체 활용투구 익혀
이달에만 3경기 구원등판 2승

이영하(20·사진)는 소문난 효자다.

선린인터넷고 3학년이던 이영하는 지난 2015년 6월 진행된 한국야구위원회(KBO) 지역 연고 우선선발(1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지명됐다. 이영하는 191㎝, 90㎏의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150㎞의 빠른 직구에 안정적인 제구력까지 갖춰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다.

이영하는 2015년 황금사자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2.11을 남기며 모교가 35년 만에 이 대회 정상에 오르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두산은 이영하에게 계약금 3억5000만 원을 안겼다. 당시 1차 드래프트로 뽑힌 10명 중 가장 많은 계약금이었다. 이영하는 난생처음 손에 쥔 계약금으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부모님 아파트를 장만해드렸다. 촉망받는 야구선수로 길러주신 은혜에 보답한 것.

그런데 이영하는 프로에 데뷔한 뒤 종적을 감췄다. 2016년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아 1년 동안 ‘휴업’했다. 험난한 재활을 거쳐 올 시즌 공을 다시 잡았다.

이영하는 올해 선발 3차례, 구원 16차례 등 총 19경기에 등판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5.71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1승, 평균자책점 2.25로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6월 2패(평균자책점 7.20), 7월 1패(21.00)로 부진하더니 2군으로 강등됐다. 이영하의 잠재력을 확신한 김태형 두산 감독은 그러나 이영하를 다시 불렀고, 이영하는 9월에만 3경기에 구원 등판해 모두 7.2이닝을 던져 무실점으로 2승을 거두며 두산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 16일 삼성전에선 선발 고원준이 일찍 무너지자 2회부터 등판해 6이닝을 3안타 무실점, 삼진 4개로 틀어막았다. 이영하의 가세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2위(78승 3무 55패)인 두산은 불펜진의 과부하를 막고 포스트시즌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이영하는 “수술을 받았던 지난해는 100m 달리기 선수한테 걸으라고 한 셈”이라며 “정말 답답했고 하루빨리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소원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영하는 하루 5∼6시간씩 고무줄을 당기면서 팔꿈치 근력을 강화했고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해 하체를 활용한 투구 자세를 몸에 익혔다. 최근 ‘완벽투’의 밑거름. 이영하는 “계약금으로 부모님께 아파트를 장만해드렸으니 이젠 내 집을 사고 싶다”면서 “더욱 열심히 운동해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영하의 올 해 연봉은 KBO리그 최저인 2700만 원. 이영하는 “앞으로 잘 던지지 못하면 더는 입단할 때처럼 큰돈을 만져볼 수 없을 것”이라며 “바닥이기에 이제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자세로 마운드에 오르겠다”고 덧붙였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