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술로 전용 우려” 밝혀
러 컴퓨터 백신도 사용 중단

미국이 ‘안보 위험’ 등을 이유로 중국계 자본의 미국 반도체회사 인수를 거부하고, 러시아 업체가 제작한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사용을 중단시켰다. 이 같은 미국의 조치가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와 북한의 6차 핵실험 제재 국면에서 나오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계 사모펀드의 미국 반도체 회사 ‘래티스 반도체’ 인수를 거부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래티스 반도체는 지난 1일 중국계 사모펀드인 ‘캐넌 브리지’에 회사를 13억 달러(약 1조4700억 원)에 매각하는 거래를 승인해 달라고 미 행정부에 요청했다. 캐넌 브리지에는 중국 정부의 자본이 일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 거래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반도체 회사가 중국에 인수되면 군사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어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매각 금지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백악관은 또 거래 승인 시 미국의 지식재산이 외국으로 이전된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계 펀드와 래티스 반도체가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공개적인 싸움을 하는 바람에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기술 점유를 위한 광범위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이번 백악관 발표가 다음 달 열리는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무역 갈등 및 북핵 제재 등으로 미·중 양국 관계가 민감한 시점에 나왔다”며 정치적 배경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정부는 또 트럼프 대통령 측이 대선 당시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시점에 러시아에 대해 민감한 조치를 취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13일 모든 연방 정부기관에서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 업체가 제작한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카스퍼스키’ 사용을 중단시킨 것이다. 국토안보부는 카스퍼스키 프로그램이 정부 컴퓨터나 저장 파일에 대해 높은 접근 권한을 갖고 있어 악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작 업체인 카스퍼스키랩은 미 정부의 퇴출 결정에 “지구 상 그 어느 정부의 사이버 범죄행위를 도와줬거나 도울 생각이 없다”며 “개인 기업의 죄가 밝혀지지 않았는데 지정학적 문제로 유죄로 추정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반발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