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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그린스쿨 교수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규제개혁정책 추진 방향’의 핵심은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정책을 전환하고,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신산업·신기술 분야에 대한 ‘사전 허용, 사후 규제’의 포괄적 네거티브 방식 도입은 기존의 포지티브형 규제는 물론, ‘원칙 허용, 사후 규제’라는 협의의 네거티브 규제보다 더 진전된 정책 방향이다. 이번 정책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새로이 등장하는 산업이 기존 규제 때문에 도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최근 영국이 핀테크 사업에 시도했고, 일본 정부가 정보기술(IT) 신산업에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는 전형적인 미래형 정책이다. 기존 규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테스트할 수 있는 자유로운 운동장을 만들어 주려는 시도다.

최근 우리 경제는 경제성장률이 2%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저출산·고령화로 미래 성장잠재력이 상승할 기미가 없이 암울한 상황이다. 특히, 요즘 중국과 관계 악화로 기업들이 전례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규제혁파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면 어려운 기업 환경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규제개혁 정책의 한계를 인식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존 규제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신산업·신기술은 기존 포지티브 규제 제도에서는 포함되지 않는 산업들이고, 따라서 과거 오프라인 플랫폼에서는 발전할 수 없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에서 움직이는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공유경제형 산업에 대해서는 기존 규제정책으로는 더욱 대응하기 어렵다.

정책 실현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먼저,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설득 문제다. 규제개혁 정책은 과거 정부에서도 꾸준히 제시됐다. ‘서비스산업 발전’이나 ‘규제프리존’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이들 정책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이해 당사자들의 갈등 해소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우버산업 허용에 대한 기존 택시업자들의 반발과 에어비앤비 사업의 도입에 반대하는 기존 숙박업자들의 반발로 서비스 제공이 무산된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또 다른 문제는 정책 입안자들의 이념 편향성이다. 이번 규제혁파 정책도 신사업·신기술을 발굴하는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당장 이념적으로 공평하지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특히, 대기업에서 발굴하는 산업에 새로운 규제정책을 적용하는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새 정부의 이번 정책에도 경제 환경에 대한 생태계적 접근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제조업 중심의 기존 산업정책에 집착해 서비스산업에 대해 차별적 대우로 국제 경쟁력이 약해진 것도 이러한 접근의 산물이다. 이는 최근 서비스 국제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과 함께 소프트웨어나 금융산업의 약한 경쟁력을 봐도 알 수 있다.

과감한 주문을 해 본다. 신사업·신기술이 기존 산업생태계 안에서 발전하도록 규제개혁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들은 기존 산업과 경쟁하고 혁신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 모든 산업이 같이 어울리며 발전할 수 있는 자유롭고 거대한 운동장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기존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극복하고 이념에 의한 정책적 한계를 극복하기 매우 유리하므로 더욱 큰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