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후 싼 재료로 제작해 유통
전수조사 어려워 적발은 미미

친환경 인증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전반적인 국가인증체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전기용품과 공산품에 대한 KS인증(한국산업표준), KC인증(국가 통합 인증)을 받은 제품에서 독성 물질이 발견되는 등 빈번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어린이 장난감 등 관련 제품이 KC인증을 받고서 실제 시장에는 저렴한 재료로 만든 제품을 유통시키는 불법적인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표준원 등의 검사에서 적발될 경우 리콜조치, 인증 취소 등의 조치를 받지만 워낙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어 상시적인 전수조사는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실시한 요가매트 안전성 및 표시실태 조사에서 PVC 재질 4개 제품에서 ‘합성수지제 욕실 바닥매트’ 기준치(0.1% 이하)를 최대 245배 초과하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 다이에틸헥실프탈레이트(DEHP)가 검출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가정에서 대부분 갖고 있는 유아용 매트 등 다른 공산품에 대한 불안감도 커졌다.

유아용 매트 역시 요가매트와 마찬가지로 PVC소재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어린아이들은 매트에 입을 대거나 하는 경우도 많아 유해물질이 있을 경우 더 위험하다.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밝혀지는 과정에서 살균제 일부 제품이 KC인증 마크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유해성 논란이 일었던 섬유탈취제, 신발탈취제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 물질인 헥사메틸구아니딘(PHMG)을 사용한 제품에도 KC마크가 부여됐다. 지난해 KS인증을 받은 초·중·고등학교 운동장의 우레탄 트랙과 인조잔디에서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되기도 했다.

e나라 표준인증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KS인증을 받은 곳은 1만1424개 업체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8월 30일부터 이날까지 1년여간 공장심사 핵심품질 부적합으로 인해 KS인증 표시 정지처분을 받은 업체는 13곳에 불과하다.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도 15곳에 그친다. 첫 인증을 받은 이후로 재점검이나 상시적 관리가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뤄지는 이유다.

또 KC인증, KS인증을 받은 것을 강조하며 추가적인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고서도 친환경 소재, 원료가 쓰였다고 마케팅하는 제품들도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에 따라 국가 인증 자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가인증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