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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청준(李淸俊·1939∼2008·사진)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다. 유년기와 초등학교 시절은 ‘침몰선’ 등의 소설과 ‘숭어 도둑’ 같은 동화, ‘어린 날의 추억 독법’ 같은 산문 속에 잘 나타나 있다.

1954년 광주서중학교를 거쳐 1957년 광주제일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에 고향 집이 빚쟁이 손에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를 찾아갔는데, 이때의 참담한 기억이 우리 문학사에 길이 남을 아름답고 서정적인 걸작 ‘눈길’을 낳았다. 이후 서울대 독문과 졸업을 앞둔 1965년 ‘황폐한 젊음의 회복을 꿈꾼’ 단편소설 ‘퇴원’으로 문단에 나왔다.

대학 졸업 후 ‘사상계’에 이어 몇몇 잡지사에 근무하며 가정을 꾸렸던 시절은 ‘조율사’ ‘씌어지지 않은 자서전’ ‘해공의 질주’ 등에 잘 나타나 있다. 당시에도 여전히 가난했던 그의 처지를 ‘원고료 운반비’ 같은 산문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당신들의 천국’ ‘병신과 머저리’ ‘남도사람’과 ‘언어사회학서설’ 연작, ‘비화밀교’ ‘황홀한 실종’ ‘신화의 시대’ 등 40여 년간 수많은 작품을 남긴 이청준은 글쓰기를 씻김굿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작가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씻기고 사회를 씻기고 마침내 우리 삶의 비의와 본질을 성찰하기에 이르러야 한다. 누구의 삶에나 고향으로 대표되는 존재의 자리와, 사람과 맺는 관계의 자리가 있게 마련이다. 한(恨)은 그 자리를 부당한 힘에 의해 빼앗겼을 때 생기는 마음속 응어리다. 이야기와 글쓰기는, 살면서 먼지처럼 쌓이는 이런 한을 씻기는 것이다.

이청준은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5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2008년 7월 타계하여 고향 장흥에 안장되었고, 사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중단편소설 155편과 희곡 1편, 장편소설 17편이 들어 있는 ‘이청준 전집’이 2017년 7월, 총 34권으로 문학과 지성사에서 완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