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사드 보복이 끝내 현대자동차 중국 공장을 멈춰 세웠다. 사드 갈등이 본격화한 이후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은 1차 타깃이 돼왔다. 부지 제공으로 밉보인 롯데는 현지 롯데마트 99곳 중 87곳의 영업을 포기했다. 삼성SDI·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고전 중이다. 화장품 업계도 한한령(限韓令) 여파로 2분기 수익이 급락했다. 그런 터에 현대차 중국 공장 4곳 전면 가동 중단이라는 극단적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현대차에 연료탱크를 공급하는 중·프랑스 합작부품사가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납품을 끊은 것이 발단이다. 현대차의 중국법인 베이징현대는 판매 부진으로 3~4주째 대금 지급을 미뤄왔다고 한다. 중국 진출 초기 ‘현대차 속도’라는 유행어를 퍼뜨렸던 현대차의 급성장세가 최근 몇 년 새 토종업체들의 약진으로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동중단 사태로 내몬 결정적 뇌관은 역시 사드 보복이다. 보복이 본격화한 상반기 현대차 중국 판매량은 30만 대로 1년 전 52만 대보다 42.3% 급감했다. 상용차 합작법인 쓰촨현대, 기아차 중국법인 둥펑위에다기아 역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재가동이 늦어지면 현지에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사 145곳과 힘들여 구축한 딜러망이 무너질 수 있다.

체제 차이를 뛰어넘은 한·중 수교의 기본 전제는 정·경 분리다. 안보·정치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계하면 안정적 투자와 거래는 불가능하다. 사드 불만이 있더라도 군사·정치적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한국 기업을 괴롭힌다. 이런 치졸한 사드 보복은 수교 25년을 맞은 한·중 관계의 민낯이다. 사드 문제가 아니더라도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산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최저임금·통상임금 문제로 내우외환(內憂外患) 신세다. 이런 마당에 노조는 파업에 나섰다. ‘외환’은 그렇다 쳐도 ‘내우’는 얼마든지 넘길 수 있다. 기업과 노조, 정부가 위기 극복에 힘을 합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