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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2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군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강력한 국방 개혁 의지를 천명했다. ‘북한의 공격 시 즉각 공세적 작전으로 전환할 군 구조 개혁 추진’이 곧 국방개혁의 함축이다. 한국군은 아주 강력한 군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육군과 좀 강한 해·공군으로 이뤄진 군대. 이런 구조를 평균하면 적어도 ‘아주 강한’ 수준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를 합쳐 보니 육군이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점은 사라지고 ‘좀 강한’ 수준인 해·공군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돼 버린다. 그런데 여기에다 한·미 동맹의 미군 전력을 더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한미연합군은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충하는 세계 최강의 연합군이 된다. 이것이 한·미 동맹이다.

하지만 너무 여기에 빠져 있다 보니 미군 없이 우리 스스로는 그 어느 것도 하기 힘든 군대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한국군의 상체(육군)는 매우 강한 근육으로 단련된 몸짱이다. 그러나 하체(해 ·공군)는 빈약해서 몸을 지탱하고 서 있기가 버겁다. 심장(보급 능력)도 약해서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쁘다. 시력(정보·정찰)도 너무 약해서 돋보기를 껴도 잘 안 보인다…. 국군이 한쪽으로만 너무 발전하다 보니 생긴 우스갯소리다.

또, 육군 내부로 들어가 보면 보병·포병·기갑 등 펀치력은 무지 강한데, 전쟁 수행의 기반이 되는 정찰·군수·통신·공병 등 지원 세력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진정한 강군은 예비군이 강하다고 하는데, 동원예산은 전체 육군 예산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예비군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우리 군은 이렇게 많은 부분이 불균형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균형을 미군이 맞춰 주기 때문에 생긴 일인데, 미군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을 균형적으로 다듬어서, 혼자서도 보고 생각하고 오래 뛰면서 펀치와 킥을 자유자재로 날릴 수 있는 군대를 만들자는 게 국방개혁이다.

그렇다고 미군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국방개혁이 미래의 안보를 위함이라면 한·미 동맹은 현재의 안보 보증수표다. 또, 미래도 역시 가장 효율적인 안보 수단임은 변치 않는다. 미래를 위한 투자인 국방개혁을 하더라도 국민이 현재 안보에 대한 불안 심리를 갖게 한다면 국방개혁의 동력은 상실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국민이 안보불안을 느낄 사건이 발생했다. 주말이던 26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미군과 다르게 해석한 부분이다. 미군은 우리보다 압도적인 정찰 자산을 가지고 있다. 탄도미사일은 자세 제어를 위해 지상과 통신을 주고받는데, 그 신호마저도 감청하는 능력을 가진 나라가 미국이다. 우주의 첩보위성을 통해 발사대가 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지켜보면서 판단한다. 이런 정보를 토대로 미군이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음에도 청와대는 ‘신형 방사포’라고 분석했었다.

동맹군인 미군의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면 문제이고, 미군의 정보를 무시했다고 해도 문제이며, 정보가 아직 오지 않았음에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의 소산이라 해도 문제다. 더 숨겨진 큰 그림의 전략적 의도가 있었다 해도 국민에게 한·미 동맹의 신뢰 관계를 의심할 만한 엇박자를 낸다면 지금의 이 활화산 같은 국방개혁의 동력은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강하고 자랑스러운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우리의 사명을 완수하려면 그 바탕이 확고한 한·미 동맹임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