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 대폭인상 추진

면세점 선정절차 개선방식도
투명성 확대보다 허가권 강화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갑질’ 근절을 목표로 유통업계에 각종 제재를 강화하면서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는 새로운 ‘갑의 귀환’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갑질 근절 선봉에 선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법의 적용 대상으로 아웃렛, 복합몰 등을 새로 추가하고 대형 업체의 과징금 적용률을 기존의 최대 3배까지 높이는 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다소 자의적인 기준 아래 무차별적으로 이뤄져 온 터라 업계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부당성이 인정돼 기업들에 돌려준 금액이 지난해 3300억 원을 넘어섰다. 5년 사이 25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또 공정위는 프랜차이즈 업계를 대상으로 원가 정보를 수집하는 등 권한을 이용해 ‘약점’ 잡기에도 나선 데다 전속고발권도 적극 활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취하는 조치들을 최대한 이행하는 수밖에 없지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쥔 인허가권 역시 문제다. 23일 김영문 신임 관세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관세청 직원들까지 연루된 ‘면세점 선정 비리’와 관련해 선정 절차 등 제도 개선 방안을 9월 초까지 정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업계에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허가에 너무 많은 권한’이 몰린 데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10년마다 면세점 특허 자동갱신 여부를 심사하던 데서 5년마다 원점에서 재검토해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한 관세법 개정(일명 홍종학법)을 통해 관세청이 지나친 권한을 얻게 된 것이 비리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선정 절차를 아무리 투명하게 한다고 해도 권한의 크기 자체를 줄이지 않는 한 정부의 ‘갑질’과 업계의 ‘눈치 보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재규 기자 jqnote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