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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고 할까요. 생각만큼 안 됐습니다.”

지난 20일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실패 소식을 확인해주던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목소리엔 힘이 많이 빠져 있었다. 지난 1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때 투자자들에게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 수주에 근접했다”고 자신했던 때와는 180도 달라 보였다.

이번 수주 실패로 국내 조선업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컨테이너선은 한국이 중국에 열세지만 ‘사상 최대 크기’에 ‘이중 연료 시스템’이 들어가는 첨단 컨테이너선 발주였던 만큼 기술력으로 중국을 제치고 수주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쓴잔을 마시며 기술력마저 중국에 추월당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한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중국이 자금 동원력과 정부 지원으로 제압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선가가 국내보다 10% 정도 저렴한 데다, 선가의 80∼90% 정도를 자국 금융권에서 저금리로 파이낸싱해 주는 만큼, 선주들에게는 중국의 매력이 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금융 혜택이 국내에도 있었다면 1만5000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 건조 실적이 없던 중국 후동중화조선소가 현대중공업을 제치진 못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수주 실패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해외 선사들의 발주를 유도할 만한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과 같은 파격적인 금융 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서게 돼 어렵더라도,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기준을 완화하고 한도 내에서 파이낸싱 지원 등이 동반되면 중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금융당국이 저가 수주 방지, 부채비율 완화 등을 이유로 자금을 풀지 않고 있지만 지금 같은 불황에는 수주가 먼저 아니냐”는 불만도 들린다. 구조조정 이후 뒷짐을 지고 있는 금융·산업 당국이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박준우 경제산업부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