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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바른사회 공동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새 정부의 인사에 대해 국민이 “역대 정권을 다 통틀어서 가장 균형인사, 탕평인사, 그리고 통합적인 인사”라고 평가한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말에 선뜻 동의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문 대통령은 스스로 내걸었던 5대 공직 배제 원칙을 고위직 임명 과정에서 줄줄이 허물었다. 일각에서 코드 인사니 보은 인사니 하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한된 인재 풀에서 선택한 결과, 공약했던 ‘능력과 전문성에 기초한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적재적소 인사가 이뤄지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살충제 계란’ 문제의 주무 부처 책임자인 류 처장은 16일 국회 보건복지위 업무보고에서 살충제 검출 계란 조사 상황 등 기본적인 현안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쩔쩔매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보다 못한 여당 의원조차 “식약처 공무원들은 처장이 헤매게 하면 안 된다”고 애먼 식약처 직원을 걸고넘어지는 수준의 옹호에 그쳤다.

그 이튿날에도 이낙연 총리 주재 국정현안 점검조정회의에서 수입 계란의 안전성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해 이 총리로부터 “브리핑하지 말라”는 질책을 받았다. 류 처장은 2012·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부산시 선대위원장·특보단장 등을 맡은 인물로, 기용될 때부터 전문성 없는 낙하산·코드 인사라는 말이 있었다. 살충제 계란이 묵은 문제라는 점에서 류 처장이 직접 책임을 질 사안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문제가 드러난 후에도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는 것은 그의 역량을 의심케 한다.

적재적소 인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반대 진영까지 보듬는 진정한 탕평인사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기해천수(祁奚薦讐)’의 고사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도공(悼公)의 신하 기해가 중군위(中軍尉)의 직에 있었는데, 그의 나이 70에 이르자 고령을 이유로 사직을 청했다. 그러자 도공이 적합한 후임자를 천거해 달라고 했고, 기해는 해호(解狐)를 추천했다. 이에 도공이 깜짝 놀라면서, “해호는 그대의 원수인데 어찌 그를 천거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기해는 “전하께서는 신에게 적임자를 물으셨지 저의 원수를 물으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하고 대답했다.

기해의 일화는 이어진다. 기해가 해호를 천거한 후 공교롭게도 해호가 죽었다. 도공은 또 다시 기해에게 적임자를 천거하라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자신의 아들 기오(祁午)를 추천했다. 도공은 또 놀라면서 “기오는 경의 아들이 아니냐”고 했다. 이에 기해는 “전하께서는 적임자를 물으셨지 저의 아들에 대해 물은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했다. 기해의 공정함을 안 도공은 곧 기오를 임명했다.

사마천은 이 일화를 이렇게 논평했다. “기해는 공정했다. 외부에서 인재를 추천하면서 적이라 해서 피하지 않았고, 내부에서 인재를 선발함에 인척이라 해서 피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외거불피구(外擧不避仇) 내거불피친(內擧不避親)’이라는 유명한 인사 원칙이 나왔다. 유능한 인재라면 원수라 해서 피하지 않아야 하고 인척이라 해서 피할 필요도 없다.

주변에 적임자가 있다면 코드 인사니 보은 인사니 하는 세간의 말에 대통령이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주변에 적임자가 없다면 반대 진영의 인물이라도 쓸 수 있어야 한다. 인사는 오로지 인물 됨됨이와 능력만을 고려해야 한다. 그것이 적재적소 인사이고 진정한 탕평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