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원불교 김일덕(오른쪽) 교무가 지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원불교 교당에서 열린 군종장교 임관식에서 제이슨 매슈 디핀토 해안경비대 11지구 군종지휘관 앞에서 임관 선서를 하고 있다. 디비즈 홈페이지

- 미군 첫 여성 ‘불교 군종’ 임관한 원불교 김일덕 교무

원불교 3代 종법사의 손녀
출가·박사학위 등 전문성

9개월간 고강도 신검 통과
“정신건강·가족상담 최선”

미군 최초의 여성 불교 군종장교로 원불교 로스앤젤레스 교당의 김일덕 교무가 임관했다. 한국 교포가 개신교 군목으로 임명된 사례는 있지만, 불교에서 그리고 여성 군종장교는 처음이다. 원불교와 미국 국방부 공식 홍보 홈페이지인 ‘디비즈(DVIDS)’에 따르면, 김 교무는 지난 6일(현지시간) 원불교 로스앤젤레스 교당에서 열린 임관식에서 미 해군 예비역 불교 군종장교(Navy Reserve Buddhist Chaplain)로 임관했으며 직급은 해군 대위다. 디비즈도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미 해군 최초의 첫 여성 예비역 불교 군종장교가 임관했다’며 김 교무의 임관 소식을 보도했다.


임관식에는 미 해군 측에서 제이슨 매슈 디핀토 해안경비대 11지구 군종지휘관(중령) 등과 김복인 교무(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양윤성 교무(미주서부교구장)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고 원불교 측은 전했다. 디핀토 중령은 “한국과 일본처럼 불교도가 있는 나라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불교 군종장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김 대위가 뛰어난 종교적 진실성과 인내심을 통해 군종장교로 복무할 수 있는 의지를 갖췄다”고 말했다.

김 교무는 원불교 3대 종법사를 33년간 재임한 ‘대산종사’의 손녀다. 미국 시카고 태생으로 2006년 원불교 교무가 됐고, 노스캐롤라이나 교당 등에서 활동하다가 원광대(원불교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해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군에서는 기독교(개신교, 천주교), 이슬람교, 유대교, 불교의 군종장교가 있는데, 원불교는 불교로 분류돼 김 교무는 불교 군종장교로 근무하게 된다. 미 해군에만 1100명 정도의 군종장교가 있으며, 이 중 불교는 10명 안팎이다. 또 모병제인 미군은 현역과 예비역을 함께 모병하는데, 김 교무는 9개월에 걸친 국방부의 강도 높은 신체검사와 신원조회, 자격검정을 통과했다. 김 교무는 10년 이상의 출가 경력과 박사학위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 대위로 임관하게 됐다. 해군 측은 김 교무에게 현역 근무를 권유하고 있다고 원불교 측은 전했다. 해군 측은 “아시안 여성이 민간성직자로 활동하다가 9개월간의 긴 선발 과정을 거쳐 군종장교로 임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특히 소수 종파(불교)의 군종장교로서 김 교무의 군종장교 임관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예비역 군종장교는 상근을 하지는 않지만, 군사학교와 군종학교 훈련 및 체력검정을 받는다. 김 교무는 “나이 40에 군대에 가려니 훈련할 때마다 ‘이 나이에 뭐 하는 것인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했던 군종장교가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해군 전체에서 불교 군종장교가 소수지만, 최근 미군이 군인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마음 챙김(mindfulness)’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추세”라며 “앞으로 군인들의 정신건강과 가족들의 상담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게 될 텐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