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희생자 유족들이 ‘한일청구권 자금’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유족들에게 돌려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단법인 아시아태평양전쟁희생자 한국유족회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65년 ‘한일청구권 자금’ 무상 3억 달러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유족들에게 돌려달라는 대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족회는 “한일청구권 자금은 일제강점기 강제징병·징용으로 타국에서 희생당한 선친들의 피와 땀의 대가로 받은 자금”이라며 “당시 박정희 정부는 일본과 협상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직접 분배하지 않고 경제개발을 위한 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이 협정에 의해 일본의 불법행위 책임도 묻지 못하게 됐다”며 “대한민국이 일본의 불법을 방조함으로써 손해배상의 청구권을 봉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피해자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부는 일본 스스로 전범 국가로서의 잘못을 인정하게 해 피해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치유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지 못했다”며 “대한민국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각 1억 원의 금액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12월까지 1000여 명의 소송단을 모집해 순차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접수하고 전국 단위 보상투쟁·총궐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한일청구권 협정 당사자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 한일청구권 자금 사용 내역과 역사적 진실을 증언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총리 측은 김상윤 특별보좌역이 작성한 ‘한·일 수교 경위서’를 전달했다. 김 전 총리는 경위서에서 “1960년대 초 우리나라는 춘궁기에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보릿고개에 시달리는 세계 최빈국이었다”며 “1961년 혁명정부는 국가안보와 경제재건을 내걸고 출범했으나 국고가 텅 비어있어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한·일회담 재개를 통한 일본의 청구권 자금뿐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총리는 다만 “대일청구권 자금을 밑천으로 대한민국은 반세기 세계 10위권 내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고 혜택을 받은 기업체들은 대재벌급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정부와 수혜기업은 역사적·정치적·도의적 측면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에게 상응한 대책과 성의 있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현아 기자 kimha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