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인천대 교수 논문발표
“中 팔로군과 연계 무장 투쟁”

조선의 화교(華僑)들이 항일활동을 활발히 벌였다는 연구가 나왔다. 조선화교의 항일활동은 중일전쟁(1937∼1945년) 시기에 크게 늘었고, 일본이나 대만의 화교에 비해 더 적극적인 양상을 보였다. 인천대 중국학술원 이정희 교수는 학술지 ‘동양사학연구’ 최근호에 게재한 ‘중일전쟁 시기 조선화교의 항일활동’이란 논문에서 중일전쟁 시기 조선화교의 항일 활약상을 처음 집중 분석해 타 지역과 비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조선총독부가 발행하던 ‘사상휘보’와 ‘조선검찰요보’ 등을 분석한 결과 중일전쟁의 전반기(1937∼1941년)에는 조선화교의 항일활동이 비교적 저조한 반면 후반기(1942∼1945년)에 매우 활발한 양상을 보였다. 조선총독부 치안 당국에 항일 혐의로 검거된 조선화교 수를 보면, 전반기에 30명에서 후반기에 130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 양상도 전반기에는 중국 영사관을 중심으로 한 첩보활동과 일반 화교의 유언비어 유포 등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중일전쟁 후반기로 접어들면 항일활동이 보다 격렬해지고 조직화 되는 양상으로 바뀌게 된다. 이 시기 검거된 시국사범 화교 가운데 중국 공산당의 항일 주력군인 팔로군(八路軍)과 관련된 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시기 함북 청진부(府)를 중심으로 활동한 화교 항일조직 자기단(自起團)과 인천을 중심으로 활약한 중국청년단과 일동회(日東會) 등은 일반적인 첩보활동은 물론 팔로군과 직접 연계된 방화와 폭파작업, 열차전복 등 무장투쟁을 벌이거나 기도했다. 지역별 화교의 수와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저항이 벌어졌다.

이 교수는 “조선화교의 항일활동은 일본군 및 군사시설의 정보수집 및 전달, 일본의 군사시설 파괴 및 방화 등의 활동이 중심이었다”며 “화교인구가 많았고 일본의 통제 밖에 있던 동남아 화교의 항일 유격대 정도는 아니지만, 자기단, 일동회, 중국청년단의 활약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나 대만 화교의 항일활동은 중일전쟁이 발발하는 1937년 즈음 일본이 화교를 대거 체포하거나 탄압해 초토화되면서 이후 활발하지 못했다. 이 교수는 “조선화교의 항일이 일본이나 대만 화교에 비해 격렬했고, 주로 산둥(山東)성과 허베이(河北)성 등 농촌 지역 출신이 많아 이 지역을 장악한 팔로군과 연계가 깊었다”고 분석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