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가담했다 적발

생활고에 시달리던 탈북 청년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가담하다 적발돼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채 중국에 있는 조직 총책에게 전달한 혐의(사기)로 탈북민 이모(19) 씨를 구속,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7월부터 4차례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총 6445만 원을 뜯어냈다. 이 중 약 5%가 수수료 명목으로 이 씨에게 돌아갔다.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이 씨는 검찰 수사관 역할을 맡은 다른 조직원이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기 피해에 노출됐다. 계좌의 현금을 뽑아 금감원 직원에게 전달하면 보호가 가능하다”고 속이면,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돈을 받은 뒤 중국으로 송금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탈북민 이 씨가 이처럼 범죄 유혹에 빠진 것은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렸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16세 때 가족과 함께 북한을 극적으로 탈출한 뒤 한국에 정착해 울산시에서 살았다. 한국 생활 부적응 등의 이유로 결국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그는 가족에게 “돈을 벌겠다”며 무작정 집을 나와 무일푼으로 서울로 상경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고시원을 전전하며 빠듯한 생활을 이어갔던 이 씨는 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문구에 이끌려 결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발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 씨가 처음에는 범죄조직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이후에는 알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조직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수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은 “탈북 청소년들이 한국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중·고교 때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낯선 사회에 온 이들을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기보단 열린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고 진심으로 대해야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