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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車 통상임금’ 17일 선고… 車업계 판결 촉각

노조파업·사드 엎친데덮쳐
상반기 세계 4위로 주저앉아

통상임금 노조 손 들어주면
추가 부담 3兆 등 적자전환
자동차 산업 전반 위기확산

자동차업계가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에다 노조 파업, 환경규제 강화 등에 통상임금 소송까지 맞물려 8월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멕시코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멕시코의 자동차 수출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2만7363대보다 14.0% 증가한 151만3334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같은 기간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보다 1.0% 감소한 132만1390대에 그쳤다. 상반기 기준 한국의 완성차 수출대수가 멕시코에 뒤처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상반기 독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였던 완성차 수출 순위는 4위로 밀려났다.

상반기 자동차 수출이 멕시코에 뒤집힘에 따라 연간 수출대수 역시 2년 연속 멕시코에 뒤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멕시코에 앞섰으나 하반기 들어 노조 장기파업 등으로 급감해 결국 연간 기준 262만1715대로 멕시코(276만8268대)에 14만여 대 뒤졌다.

더 큰 문제는 3월 시작된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여파가 계속되는 데다 8월 이후 완성차 노조 파업 본격화,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등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오는 17일 1심 선고를 앞둔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노조 측 손을 들어줄 경우 당장 기아차의 적자 전환은 물론 기술연구개발(R&D) 투자 여력 상실, 일자리 감축, 부품사 경영 악화 등 자동차산업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특히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은 관련 소송 가운데 금액이 가장 크고 인원도 최대 규모라 향후 판결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과거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은 기본급 인상 억제를 위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노사 역시 단체협약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결정해왔다. 하지만 2012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소송이 전방위로 확산돼 현재 수백여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기아차 소송을 포함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소송의 최대쟁점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인정 여부다. 2013년 갑을오토텍 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신의칙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첫째 정기상여금에 대한 청구여야 하고, 둘째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합의가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추가 임금 청구 시 기업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발생해야 한다. 이에 대해 기아차 측은 과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있었고 추가 비용 지급 시 적자 전환 등 경영 전반에 타격을 입는 만큼 신의칙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등은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됐다가 2심에서 인정됐고 대법원 계류 중인 갑을오토텍, 한국지엠 등은 모두 신의칙이 인정된 바 있다.

연례행사로 되풀이되는 노조 파업도 자동차산업 위기설의 핵심 요인이다. 현재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 쌍용차를 제외한 4개사가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휴가 직후인 7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10일과 14일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 역시 8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일정 등을 논의한다. 이밖에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의 악재도 현재진행형이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