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5월 국내 첫 본격 4도어 쿠페 스타일의 스포츠세단으로 출시된 기아자동차 ‘스팅어(Stinger)’ 옆모습. 기아자동차 제공

평범한 세단 아닌 개성 강조
차체 낮고 門 2개 車 일컬어

비싸고 좁은 실내 공간 편견
4·5도어 출시 패밀리카 활용

제네시스 쿠페·K3 쿱 시작으로
제로백 4.9초 스팅어 인기 몰이

SUV까지 쿠페 스타일 쏟아내
벤츠 GLE·GLC쿠페 시장 공략

‘쿠페(Coupe)이거나 쿠페스럽거나(Coupelike)….’

#1. BMW는 7월 28일 부산 기장군 힐튼호텔에서 신차발표 행사를 하고 중형 쿠페 뉴 4시리즈를 국내시장에 선보였다. BMW 주요 모델로는 비교적 늦은 2013년 첫선을 보인 4시리즈는 정통 2도어 쿠페에 이어 컨버터블, 4도어 쿠페인 그란 쿠페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전 세계에서 40만 대 이상 판매됐다. BMW는 3시리즈, 5시리즈 등 주력 세단으로 구성된 홀수 시리즈에 더해 쿠페, 컨버터블로 개발된 짝수 시리즈를 통해 보다 실험적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고 뉴 4시리즈는 BMW의 중추 역할을 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

#2. 현대자동차는 같은 달 13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i30 N과 함께 5도어 쿠페 모델인 i30 패스트백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모델인 i30 N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지만 i30 패스트백 역시 차량 중심을 낮추고 수평형으로 낮게 자리한 공기흡입구 등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토마스 뷔르클레 유럽디자인센터 디자인 총괄은 “현대차가 해당 차급의 대표 볼륨 모델 중 처음으로 5도어 쿠페를 선보였으며 이는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쿠페의 해’가 도래했다고 부를 만큼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쿠페 혹은 쿠페 스타일의 차량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쿠페라는 이름은 프랑스어로 ‘자르다(cut)’에서 유래했다. 원조는 평범한 모양에서 벗어나 개성을 강조하면서 두 사람이 타기 위해 만들어진 프랑스 마차다. 이 때문에 정통 쿠페는 통상 차체가 낮고 문이 2개인 스포티한 느낌의 차를 일컫는다. 원래 2인승인 탓에 뒷좌석 부분의 천장 높이가 낮아 지붕선(루프 라인)이 급격한 각도로 떨어지고 날렵한 인상을 준다. 외양뿐 아니라 문이 2개나 줄고 공간을 줄인 탓에 무게도 일반 세단보다 가벼워 실제로 더 빠르고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과거 쿠페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주행성능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좁은 실내공간과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20~30대 젊은 층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이 2개인 2도어 쿠페 외에도 4도어나 5도어 쿠페가 출시되는 등 실용성을 겸비하면서 패밀리카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꼭 쿠페가 아닌 일반 세단 역시 이른바 ‘쿠페라이크’ 스타일로 쿠페가 가진 역동성과 멋스러움을 살리려는 모델들이 적지 않다.

국산차에서 먼저 쿠페라는 이름을 붙인 차로는 현대차가 내놓았던 제네시스 쿠페와 기아차 K3 쿱 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구형 제네시스를 기반으로 한 제네시스 쿠페는 현재 단종됐고, K3 쿱은 세단인 K3를 2도어 모델로 변형시킨 탓에 주행성능 면에서 본격적인 쿠페 모델로 꼽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지난 5월 기아차가 선보인 스팅어는 4도어 쿠페의 날렵한 외관에 3.3 터보 가솔린 모델의 경우 최고출력 370마력의 고성능 엔진을 장착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이르는 시간(제로백)이 국산차 최초로 4.9초를 기록했다. 오는 9월 출시되는 제네시스 G70 역시 쿠페 스타일의 고성능 스포츠 세단으로 개발됐다.

수입차들도 앞다퉈 쿠페 혹은 쿠페 스타일의 신차들을 선보이고 있다. 렉서스는 7월 초 플래그십(기함) 쿠페 모델인 뉴 LC500 및 뉴 LC500h를 국내시장에 출시했다. 하단부를 극대화한 스핀들 그릴과 탄소 소재의 지붕, 과감한 후면 디자인 등으로 한눈에 고성능 쿠페임을 알 수 있는 모델이다. 역시 7월 초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출시 이후 수입차 시장을 석권한 신형 E클래스의 상품성에 쿠페 특유의 차체 비율과 감각적 디자인을 더한 더 뉴 E클래스 쿠페 모델을 내놓았다. 인피니티는 3월 서울모터쇼에 올 하반기 국내 출시될 고성능 쿠페 모델인 Q60을 선보이기도 했다.

쿠페의 인기는 스포츠카나 세단을 넘어 차체 구조상 쿠페와 가장 거리가 멀다고 여겨졌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옮아가는 추세다. 최근 가장 적극적으로 쿠페 스타일의 SUV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 브랜드로는 더 뉴 GLE 쿠페, 더 뉴 GLC 쿠페를 잇달아 국내에 선보인 벤츠가 첫손에 꼽힌다. 쿠페형 SUV의 원조로 꼽히는 BMW X6와 인피니티 Q30, 올가을 국내시장에 출시 예정인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벨라 역시 쿠페형 SUV의 대표 주자다.

김남석 기자 namdo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