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이 벌어졌던 국책사업 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해결하려 했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타협점을 찾는다는 취지였지만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사패산과 천성산 터널 공사, 박근혜 정부 시절 사용후핵연료 처리 논의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 2001년 6월 착공한 사패산 터널 공사는 5개월 뒤인 11월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환경 훼손 문제 등을 들어 저지 농성을 시작하며 중단됐다. 이후 2003년 7월 국무회의 때 정부는 이 공사에 대한 공론조사를 추진하기로 논의했지만 불교계가 공사를 강행하려는 요식 행위라며 반발, 결국 공론화위도 구성하지 못하고 없던 일이 됐다.

정부는 그해 천성산 터널 공사도 공론화로 해결하려 했다. 터널 공사에 반대하던 세력이 단식 농성을 시작하자 정부와 시민단체로 ‘대안 노선 및 기존 노선 검토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 내부에서부터 합의에 실패했고, 결국 국무총리 산하의 국정 현안 정책조정위원회가 기존 노선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하는 데 그쳤다.

2013년에는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도 20개월 동안 운영되는 과정에서 파행을 거듭했다. 위원 간에 정치적 성향이 다른 문제로 결국 15명 중 환경단체 관계자 6명이 탈퇴하는 사태로 연결된 것이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