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된 대화제의 시한에도 냉담
정부, 대안없이 北 변화 관망뿐

“정몽헌 금강산 추모식 어렵다”
北, 현대아산 요청에 입장밝혀

정전협정 체결 64주년인 7월 27일을 기해 군사분계선(MDL)상 남북 적대행위 중단과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하자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 27일 오전까지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운전대론’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구상이 시작부터 힘을 잃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17일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동시 제의하고, 회담일을 21일로 설정했지만 북한의 무반응에 시한을 27일로 연장한 바 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북핵 문제의 운전대를 잡겠다는 베를린 구상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냈다는 자신감도 비쳤다.

하지만 북한은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교류에서도 우리 정부의 거듭된 구애에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는 현재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70건을 승인했으나 북한의 무대응으로 아직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4차례에 걸쳐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바란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으나 북한은 이 제안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반면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에 있어서는 고도화 트랙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은 이르면 2018년 미국 본토를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생산할 수 있다”며 지난 4일 북한 ‘화성 14형’ 시험 발사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 대화 기조에 대해 외교적 채널과 언론을 통해 연이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도 북핵 문제에 대한 이 같은 미국의 인식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뚜렷한 대안 없이 북한의 대답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운전대를 잡겠다고 했음에도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진행이 어려운 탓이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대화의 시기와 내용에 순순하게 응해올 가능성이 적어 이번 대화 제의는 적절치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아직 문재인 정부 초반이기 때문에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대북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4기 추모식을 금강산에서 개최하도록 협조해 달라는 현대아산의 요청에 대해 “이번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아태평화위원회는 팩스를 통해 현대아산 측에 이 같은 입장을 통보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