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장관들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 장·차관급 100명 분석

文 정치적기반 PK인맥 다수
전략적 요충지 ‘호남 챙기기’
“수도권·충청 인구대비 차별”

서울대 출신 45명 절반 육박
고려·연세 포함 ‘SKY’ 64명

관료 53명·학계시민계 23명
“두 출신지 조화가 정권 성패”

27일 문재인 정부 장·차관급 인사 100명의 출신 지역을 분석한 결과, 호남(광주·전남·전북)과 부산·경남(PK) 출신이 무려 56명에 달하면서 또 다른 지역 차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대구·경북(TK) 쏠림 현상이 심각했다면, 새 정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PK와 함께 대선과정에서 ‘전략적 요충지’였던 호남 챙기기가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가 절반에 가까운 45명에 이르러 기존의 편중 현상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사회의 주축인 관료 출신은 53명으로 여전히 많지만, 학계와 시민단체 출신도 23명에 달해 두 부류의 조화가 새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정부가 이날까지 공식 발표한 청와대 실장·수석급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18부 5처 17청) 장·차관급 인사 100명은 정권 초기 개혁 방향을 세우고 주도해나갈 핵심 그룹이다. 이들의 출신 지역을 살피면 전남 14명, 전북 13명, 광주 6명 등으로 호남 출신이 33명이다.

특히 호남 인사들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전북 고창), 이낙연 국무총리(전남 영광),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전남 장흥), 박상기 법무부 장관(전남 무안), 문무일 검찰총장(광주) 등 요직을 차지했다. 호남 출신은 차관급에도 다수가 발탁돼 보수 정권 9년간의 소외 문제를 해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PK 출신도 23명에 달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상 부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경남 함안),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경남 마산) 등이다. 호남과 PK 출신이 100명 중 56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기면서 다른 지역은 역차별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국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서울·경기·인천 지역은 이번 인사에서 19명밖에 포함되지 않았고, 충남·충북·대전은 11명, 박근혜 정부 당시 각광받았던 TK도 11명에 그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앞으로 진행될 공공기관장 인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비율이 나올 것이란 말이 나온다”며 “지역 차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출신 대학의 편중 현상도 두드러졌다. 서울대가 45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고려대 10명, 연세대 9명, 성균관대·부산대·이화여대·한양대 각 3명 순이었다. 이른바 SKY 대학 중심의 인사를 새 정부에서도 이어가게 된 것이다. 특히 관료 출신이 많이 분포한 차관급 인사에서 서울대 전성시대가 두드러졌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 임성남 외교부 1차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 서주석 국방부 차관 등은 모두 이 대학 출신이다.

출신 배경에서는 기존에 다수를 차지했던 관료들이 이번에도 53명이나 포함됐다. 차관급 인사는 주로 관료가 내부 승진하면서 개혁 성향의 정치인과 교수 등이 포진한 장관급을 뒷받침해 조직 안정을 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와 개혁의 시급성이 높은 부처에는 학계와 시민단체 출신들이 자리를 차지하며 그 수가 무려 23명에 달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하승창 사회수석,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다. 정치인 출신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 11명이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새 정부의 성패는 안정감 있는 관료와 개혁 성향이 강한 시민단체·학계 출신이 얼마나 조화를 잘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유민환·박정경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