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北 불발탄 제거 지난 21일 북한 함경남도 함흥시 외곽에서 노동자들이 한국전쟁 당시 투하된 불발탄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정상회담서 무제한 요청
미사일지침 개정협상 열릴 듯

현재는 北지하벙커 파괴 못해
국방부 중량 1t으로 제안할듯

중량 늘어나면 살상력도 향상
유사시 對北응징·억제력 강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등 위협에 맞서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청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사거리 800㎞ 기준 탄두 중량 500㎏으로 제한하고 있는 한·미 미사일 지침(NMG·New Missile Guideline)에 대한 개정 협상이 5년 만에 재개될 예정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5일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해 제한된 탄두 중량을 풀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노 프러블럼(no problem)’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탄두 중량을 무제한으로 늘리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문제는 오는 10월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와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에서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와 외교부, 국방부 등은 공식적으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련 내용이 거론됐다는 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사일 지침과 관련한 청와대 입장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바 없다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전자”라고 이야기해 사실상 정상 간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현재 국방부 등은 유사시 북한 수뇌부가 대피할 지하 15∼20m 벙커와 지하 핵시설을 파괴할 수 있도록 사정거리 800㎞ 탄도미사일에 탑재되는 탄두 중량 제한치를 현재의 500㎏에서 1t으로 늘리는 방안을 우선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유사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대피할 지하벙커의 깊이가 최대 지하 400m이며 이는 탄두 중량 1t으로는 궤멸시킬 수 없고 무제한으로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한·미 미사일 지침 재개정 협상은 탄두 중량의 제한을 완전히 푸는 쪽으로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이미 개발이 완료된 사거리 800㎞의 현무 2-C 탄도미사일에 1t 이상의 탄두를 실을 수 있게 된다. 탄도미사일의 중량이 몇 배로 늘어나면 지하 관통력과 낙탄 지점의 피해와 살상력도 그만큼 향상된다.

군 관계자는 “800㎞의 탄도미사일에 1t 이상의 폭탄을 탑재할 수 있다면 유사시 대량응징보복(KMPR) 작전이 효과적으로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KMPR 능력을 극대화하고 김정은 참수작전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대북 전쟁 억제력을 높인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