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법개혁에 대한 여론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법관대표회의에서 일선 판사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판사 94명 모여 2차 전국회의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보다
입법·행정부 개입이 더 문제”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안되면
국정조사 요구하자는 의견도

24일 열린 2차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판사들은 국회의 ‘사법평의회’ 신설 구상에 대해 다수 법관이 사법부 독립 훼손 우려를 이유로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들은 국회와 정부가 사법평의회에 참여해 법원의 인사·예산을 주무를 경우 ‘사법권 독립’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사법평의회 신설 움직임 등 ‘외부의 적’을 만난 법관회의 측이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법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요구보다 ‘발등의 불’이 된 사법평의회 신설과 관련한 대응책 마련에 한동안 힘을 모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전 경기 고양 사법연수원에 대표판사 94명이 모여 열린 법관회의에서 사법평의회 등 사법부 개혁에 대한 논의가 장시간 이어졌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최근 인사는 물론 법원 예산까지 포괄하는 사법행정 권한을 사법평의회에 맡기는 초안을 마련한 데 대해서다. 국회 초안에 따르면, 국회에서 재적 의원 5분 3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한 8명과 대통령이 지명한 2명, 법관회의에서 선출하는 6명 등 16명을 상임위원으로 두고, 이들이 법원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에 대해 법관회의 소속 여부나 직급에 상관없이 판사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법원 고위 관계자는 “평의회는 삼권분립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장이 제왕적 권한을 갖는 것보다 입법부와 행정부가 사법부에 대해 개입하는 것이 더욱 문제라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법관회의에서는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요구 안건도 논의됐다. 양 대법원장은 1차 법관회의 이후, 법관회의 상설화 요구는 전격 수용했지만, 블랙리스트 추가조사에 대해서는 ‘교각살우’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법관회의 내부에서는 추가조사 권한 재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법관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판사 중에는 9월 말이 임기인 양 대법원장이 중대 과실이 없는데 법관회의의 여론몰이에 따라 사의 표명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함께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법관회의를 대법원장의 인사·예산 등 사법행정권을 견제하는 단순 자문기구로 둘지, 대법원장으로부터 사법행정권을 넘겨받아 행사하는 심의·의결기구로 둘지도 안건으로 채택돼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또 △사법행정권 남용자 책임 규명 요구 △사법행정권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사법행정 관련 기록물의 생산·관리 △전국법관대표회의 게시판 운영 방식 등에 대한 안건이 함께 논의됐다. 회의 정원은 99명이지만 법관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문제 삼으며 판사대표직 사의를 표명한 설민수(48·사법연수원 25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5명이 이날 회의에 불참했다.

손기은·김리안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