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결과발표까지’로 불분명
갈등 심할땐 결론 지연 가능성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본격활동에 돌입한 가운데 위원회 규정에 활동 기간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아 향후 논란의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설 영구중단을 둘러싸고 찬반 양측이 공론화 과정에서 이탈하거나 심각한 갈등을 일으킬 경우 시민배심원단의 결정 자체가 기약 없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17일 국무총리 훈령으로 관보에 게재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발표했다. 이 규정에는 위원회 목적과 기능, 구성, 위원장 직무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부칙으로 위원회의 시행일과 유효기간을 담았으나, 이 유효기간이 불분명하다.

부칙 제2조에는 ‘위원회가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는 날까지 (위원회) 효력을 가진다’라고 적시돼 있을 뿐, 국무조정실이 애초 밝힌 ‘3개월’ 기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를 둘러싼 논란을 조기에 불식시키기 위해 ‘3개월’이라고 사전에 위원회의 유효기간을 밝혔으나 이를 실제 규정에 넣지 않은 것이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규정에 넣지 않았더라도 3개월 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처럼 위원회 활동 기간이 모호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시민배심원단이 결론 도출에 실패할 경우 위원회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찬반 양측 간 대립이 격한 상황에서 위원회나 시민배심원단에 대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면 찬반 양측의 위원회에 대한 불신임, 혹은 도출된 결과에 대한 불복 가능성도 매우 크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지속적으로 ‘탈원전’ 측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것 역시 이 같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면 과거 사패산·천성산 터널 공사 때처럼 국책사업이 장기화하며 사회·경제적 손실비용만 커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한 갈등 관계 전문가는 “3개월이란 공론화 논의 기간이 너무 짧아 양측이 승복할 수 있는 결론을 내놓는 데 한계가 있지만 결론 도출 시점을 규정에 포함해야 불필요한 공전을 막을 수 있다”라며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을 얻기 위해 만든 공론화 과정이라면 모든 절차에서 엄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