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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교수 행정학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향후 5년간 국가가 나아갈 방향이자 대한민국 공동체의 청사진이 제시됐다. 복지 분야에 특화된 국정목표와 국정과제들을 고려해 해석할 때 ‘포용적 국가와 연대하는 사회’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짚고 넘어가는 것은, 이것이 국가의 청사진일 뿐만 아니라 주요 정부 정책의 가이드이자 나침반인 동시에 다양한 제도의 개선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재정(財政) 지출의 설계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 조달 제도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원칙이자 이론적인 기반이 될 수 있다.

새 정부의 역할과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대통령선거라는 정치 과정과 다양한 정치적 담론 과정으로 확인됐다고 할 때 이에 따르는 막대한 재정 부담의 배분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당연히 국정 목표로서 ‘사회적 연대와 포용적인 국가’라는 원칙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쉬운 재정 확보라는 행정 편의의 관점에서 형성된 측면이 강한 기존 조세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연대하는 사회라는 원칙을 받아들일 경우 조세 부담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서로에 대해 관심을 두고 사회 전체의 문제에 공동의 책임을 지는 사회에서는 가능한 한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동으로 이바지하고 조세 부담을 지려고 한다. 새로운 재정 소요가 생겨 증세(增稅)해야 할 때, 특정 집단에만 경제적 부담을 지워 나머지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포퓰리즘 증세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서로에 대해 책임을 지는 국민개세주의(皆稅主義) 접근이 우선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사회적 연대를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과 재정 소요가 있다면 이에 관련된 증세의 문제도 사회적 연대라는 관점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세금 면제 비율에 대한 제도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집단이 소득조차 발생시키지 못하는 사회 최약계층이 아닌 소득세 면제자 집단이라는 점에서도 이들이 조세 분담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서민과 중산층이 복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자신들의 몫임을 인정해야 하며 조세 부담의 중심적 책임을 져야 한다.

성숙한 사회를 위해 사회에 대한 책임이 있는 고소득 임금소득자 및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도 고려할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조세 부담에 대한 형평성과 사회적 연대에 대한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국민개세주의의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경제적 취약층을 제외한 소득자에 의한 조세 부담이라는 원칙이 먼저 확립이 돼야 한다. 이때 비로소 사회의 대다수 국민이 같이 부담하며 함께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포용적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적극적 투자와 활발한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 법인세에 대한 인상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의 생산력을 위축시켜 포용적인 사회로 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의 경우 중산층의 책임 분담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다. 결국, 정도(正道)는 중산층에 대한 증세다. 이를 회피하고 특정 집단에 부담을 전가하려는 태도는 불공평하고 조세 정의에도 어긋날 가능성이 커진다. 중산층 면세자 축소와 증세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확대 재정과 복지 프로그램도 포기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