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개성공단 가는 길 ‘한산’ 우리 정부가 군사당국회담일로 북측에 제의한 21일 오전 경기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 주변에는 오가는 차량이 없어 한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상원 ‘北금융망제재법’ 발의

‘완전 비핵화’ 구체적으로 적시
무기해체 이후에야 재개 가능

“北 - 美 누구와 거래할 지 선택”
미온적인 中에도 강력한 경고

미국 상·하원의 ‘북한 옥죄기’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급기야 19일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는 물론, 개성공단까지 겨냥한 대북제재 법안이 상원에서 발의됐다. 기본적으로는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지렛대) 사용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에도 사전 견제구를 던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상원의원이 19일 발의한 ‘2017 북한과 관련된 은행 제한 법안(BRINK)’에서 밝힌 개성공단 재가동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북한 비핵화’라고 명기하는 대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원칙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 북한의 핵 폐기뿐 아니라 “화학·생체·방사능 무기 해체”까지도 포함돼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 시기도 북한의 관련 무기 해체 이후다. 문재인 정부의 성급한 개성공단 재가동을 막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또 “개성공단에서 북한 당국으로 흘러가는 조건 없는 수익금이 북한에 대한 금융 압력을 약화시킨다”며 개성공단 재가동이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북제재·압박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간접 경고하고 있다.

법안은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에도 강력한 신호를 던지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대상 기관·개인에 대금 결제를 위한 은행 간 통신수단을 직접 제공하거나 중개한 개인에게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제재’ 조항이 있는 데다, 대북제재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들에는 미국이 상품·기술 수출 금지 및 원조 중단을 단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밴 홀런 의원도 법안 발의에 앞서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련된 중개인들과 금융회사들은 앞으로 북한과 거래할지, 아니면 미국과 거래할지 분명히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법안 발의가 곧바로 입법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한계는 있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의회의 강력한 대북 압박 드라이브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실제 대북정책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로 워싱턴에서는 중국을 통한 대북압박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져 있으며,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대북제재 결의 예외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개성공단 재가동은 결의 위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