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가 보는 ‘배신자 낙인’

“바른정당에 덧씌워진 ‘배신자’라는 낙인은 자유한국당 주류 세력이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만들어 낸 조직폭력배의 논리입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 17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골수 보수층 사이에 만연한 소위 ‘바른정당 배신자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의 주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한 자연인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5000만 명의 국민”이라며 “지금 배신 어쩌고 하는 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 개인을 주인으로 모시는 사당(私黨)의 무리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이 봉건 왕조 시대도 아니고 한 개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가 ‘조폭’ ‘사당의 무리’와 같은 격한 표현까지 동원한 이유는 배신자 프레임이야말로 바른정당의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좀먹는 최대의 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4위에 그친 것도, 이후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배신자 프레임의 영향이라는 데 당내 인사들은 물론 전문가들의 분석이 일치한다. 바른정당이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까지 바른정당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20일 이 대표의 TK 방문때 일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와 “배신자가 어딜 찾아왔냐”며 시위를 벌였다. 바른정당 배신자론에 수긍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박정희(전 대통령) 향수에 젖어 있는 대구·경북(TK) 고령층이다. 논리보다는 감정의 문제인 셈이다. 이 대표는 “그분들은 한국당 주류가 만들어 낸 가짜뉴스의 피해자”라며 “그분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하루빨리 알고 돌아올 수 있도록 최대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