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100대 과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국민 선언이다. ‘대사(大事)’ 실천을 위해 재정(財政) 178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비용 추계(推計) 내역과 재원 조달 방식도 비교적 상세히 제시했다. 뜬구름 잡는 구상이 아님을 부각하려 애쓴 것 같다. 하지만 비용이나 조달 추계 모두 엉성한 데다 일부는 의도적으로 과소 추산한 게 아닌가 하는 의혹도 든다. 국정 과제 각각이 장밋빛 청사진에 그친 채 국민에게 허망함과 상실감만 안겨주지 않을까 걱정되는 이유다.

정부의 ‘대표 정책’인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계획부터 보자.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5년간 인건비로 8조2000억 원을 산정했다. 하지만 ‘과소 추계’ 지적이 많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각종 수당과 법정 부담금까지 포함해 5년 간 28조5499억 원이 필요하다. 30년 근속하면 1인당 17억 원, 세금 327조 원이 소요된다. 한국납세자연맹 자료를 보면 더 기가 막힌다. 평균 재직 기간 28년을 기준으로 할 때 공무원 1인당 30억 원씩 총 553조 원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여기저기 벌려 놓은 ‘혈세 먹는 하마’ 정책 언급이 빠진 점도 문제다. 정부는 내년 최저 시급 인상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영세 사업자 등에게 3조 원 이상의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런 돈이 이번 계획엔 들어 있지도 않다.

재원 조달 방식도 허점투성이다. 주로 세수 자연증가분(60조5000억 원)으로 충당한다고 했는데, 경기가 5년 간 정부 예상대로 좋을지 의문이다.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혀 ‘세수 펑크’가 난 2012∼2014년의 악례도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원전공사 중단 손실 보상 등 돈 쓰는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 그러면서 근로소득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면세자 비율 현실화도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증세도 안 하면서 어떻게 뒷감당을 하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올 연말 682조 원, 2020년에는 79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자칫 국가재정 위기도 우려된다. 문 대통령이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잘못된 비용·조달 추계를 전제로 한 회의에서 무슨 유용한 전략이 나오겠는가. 문 정부는 선심 국정과제를 남발하고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지만 그 부담은 다음 정부, 그리고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된다는 사실부터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