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3일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UT동에서 LG디스플레이 직원들과 협력업체 대주기계 기술자들이 폐열회수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 ⑤ LG그룹

‘압축기 폐열을 냉동기에 활용’
LGD, 대주기계와 머리 맞대
세계 첫 100% 회수시스템 개발
6월부터 파주공장 전체에 적용

해외 동반진출·노하우 전수 등
협력사 국제경쟁력 확보 도와
양방향 소통·실질적 지원 앞장

산업 현장에서 폐열과 폐수 등 폐자원은 골칫거리다. 버려지기 쉽지만 간과하지 않는다면 잠재에너지로 쓰일 가능성이 많은 자원이기도 하다. 하수를 수자원으로 다시 이용하거나 폐열을 처리해 숨어 있는 에너지를 찾는 방법을 통해서다. LG디스플레이는 협력업체와 협업해 폐열 재활용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지난 13일 찾은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P7 공장 클린룸 입구. ‘건조압축공기(CDA) 1%만 아껴도 14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긴 연결 통로를 지나 UT동 지하 2층으로 내려가 두꺼운 철문을 서너 차례 통과하면 폐열회수 시스템이 있는 곳에 들어서게 된다.

철문이 열리면 100데시벨(㏈)에 달하는 소음 속에서 육중한 열교환기와 공기압축기, 흡수식 냉동기 등 여러 대가 자리 잡고 있다. 올 초부터 새롭게 가동된 폐열회수 시스템에는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대주기계의 아이디어가 곳곳에 녹아 있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는 파주공장에서만 CDA를 만드는 전기요금이 연간 1400억 원가량 소요된다. CDA는 LG디스플레이 내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독 설비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건조하고 불순물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CDA를 만드는 과정에서 폐열이 발생하는데 그동안 여름에는 대기로 모두 방출됐고, 겨울에만 26%가량 재활용돼 공업용수 온도를 높이는 데 사용됐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사계절 내내 폐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큰 과제였다. LG디스플레이는 평소 공기압축기를 공급하던 대주기계와의 정기 교류모임에서 이 같은 애로사항을 논의했다. 대주기계는 지난 2015년 4월 초안을 내놓았고, 사내 연구소가 기술 실현성을 검토했다. 이후 1년여 동안 LG디스플레이는 사업장에서 기술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양사 엔지니어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술협의를 거듭해 세계 최초로 폐열회수 냉수제조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2016년 6월부터 3개월 동안 시험테스트를 거친 후 올 6월 파주공장 전 공정에 구축됐다.

장수환 LG디스플레이 UT팀 부장은 “폐자원을 재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노력은 기업의 책무”라며 “협력사와 협업한 결과 계절에 상관없이 압축기 폐열 100%를 냉수 4300 냉동톤(RT)을 제조하는 데 활용해 냉동기 전기요금을 연간 31억 원가량 절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LG 계열사들은 협력사와 상생하는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왔다. LG는 ‘협력사의 경쟁력이 우리의 경쟁력’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협력사 기술 경쟁력을 지원해왔다.

LG 각 계열사들은 사내 컨설팅 전문인력을 협력사에 파견해 지난해에만 5200여 건의 기술을 지원했고 1000개 이상 협력사에 도움을 줬다. 지원 내용은 △장비·부품의 국산화 개발 △시제품 제작 무상지원 △특허 및 성과 공유 등이다.

LG전자는 2011년 ‘LG전자 캠프 동반성장 결의식’을 계기로 협력사와 동반성장 전략을 매년 발표한다. 지난 3월에는 99개 주요 협력회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LG전자 협력회 총회’를 열어 부품 표준화 및 공용화를 통한 효율적인 생산시스템 구축,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 중점 추진 방향을 공유했다. 협력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외 동반 진출 지원과 사급지원을 통한 원재료 확보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LG이노텍은 산업혁신운동의 일환으로 재료용 소재 개발업체 대주전자재료가 자동차 조명 관련 부품을 개발할 수 있게 부품, 설비, 공정에 대한 노하우 등을 지원했다. 그 결과 대주전자재료는 소재 기업에서 제품 생산 기업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LG화학은 2010년부터 ‘LG화학 동반성장추진위원회’를 꾸려 중장기 동반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신화학물질관리제도에 대해 아크릴산과 부틸아크릴레이트 제품의 본 등록을 완료해, 중소협력사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EU에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LG생활건강은 ‘LG생활건강 생산성 혁신 파트너십’이라는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화장품·생활용품 산업의 내수 확대 및 수출 추세에 맞춰 협력회사가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개발하고 원가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술과 인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LG유플러스는 업종별 28개 협력회사 대표로 구성된 ‘U+동반성장보드’를 발족하고, 중소협력회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LG CNS도 협력회사와의 실시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포털사이트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협력회사 동반성장 워크숍’도 개최해 200여 개 협력회사들과 활발한 소통의 장을 만들고 있다. 이 밖에도 LG는 협력사 경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협력사가 재정적 어려움 없이 기술과 사업 경쟁력 향상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파주 =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제작후원:삼성전자,현대자동차그룹, SK, LG, LG이노텍,롯데,한화, KT, 두산, 한진, CJ, 효성, 카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