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양심수’ 석방·사면 요구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청와대는 논란이 되고 있는 8·15 특별사면 가능성에 대해 18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현 상황에서 ‘양심수’ 운운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法治)를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황당한 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문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세력이 ‘촛불 청구서’식으로 들이밀고, 문 정부 역시 빌미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37명에 대해 8·15 특사를 요구하고 있다. 25명은 국가보안법 위반자다. 이 단체에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와 백기완 씨 등은 물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가세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헌법재판소는 8 대 1로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통진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 이념이며, 또 “2013년 5월 두 차례에 걸쳐 이 전 의원이 주도한 회합에서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불법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31일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확정 판결 받았다.

그럼에도 이들을 ‘양심수’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 사법 절차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 통진당 해산에 유일하게 반대한 김이수 재판관을 헌재소장에, 비판적 입장인 박상기 교수를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 이런 움직임을 부추기는 효과를 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부 당시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이었던 기간에 ‘이석기 특별사면’이 두 차례 이뤄진 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헌법 수호’의 최종 책임자로서, 이런 주장에 대해 선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