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중단반대 대표단체 이사들
정부 영향력 큰 公기관장 많아

신고리 5·6호기 건설 영구중단 결정을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위해 국무조정실이 인선에 착수한 가운데, 이미 ‘탈(脫)원전’ 방침을 밝힌 정부의 입김으로 인해 과연 인선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가 공정성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공공기관 대표들에게 양심과 소신을 버리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정부 등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공론화위원 선정을 위해 찬반 양측 대표 단체로 정한 한국원자력산업회의(건설중단 반대 측)와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찬성 측)을 지목하고 이들 단체에 위원 후보 20명에 대한 제척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무조정실은 총 9명의 공론화위원(위원장 포함)을 선정하는데, 위원장 이외에 8명의 위원은 인문사회·과학기술·조사통계·갈등관리 등 4개 분야에서 각각 2명씩 선정한다. 4개 분야의 후보자는 각각 6명이고 환경운동연합과 원자력산업회의는 분야별로 최대 2명씩 제척 의견을 낼 수 있다.

문제는 건설중단 반대 의견을 내야 할 원자력산업회의 이사진들 대부분이 정부 혹은 정부의 영향 아래 있는 공공기관(시장형 공기업·준정부기관 등)들 대표라는 점이다. 원자력산업회의 회장은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다. 이 사장조차도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한수원 이사회를 졸속으로 열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이 사장을 제외하고 총 15명의 이사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11명이 정부 및 공공기관 대표들이다. 이들의 개인적 소신은 원전 찬성이지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방향을 가진 정부에 협조해야 할 공공기관장이란 점으로 인해 소신 결정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사 중 한 사람은 “이미 우리 기관은 청와대의 탈원전 공약에 맞추기 위해 기존 업무나 사고방식 전부를 바꿀 것을 강요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