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 등 5개국 주한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부패協 복원’ 논란

권력기관 총망라… 文 주재
“檢 독립·국정원 개혁과 배치
부처간 견제와 균형도 훼손”
정치적 보복 가능성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이 감사원장과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등 정부 핵심 사정·권력기관장들이 모두 참석하는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직접 주재하기로 해 ‘코드사정’과 이에 따른 사정기관의 정치적 독립 훼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복원을 지시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훈령에는 부패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은 물론, 부패 관련 현안에 대한 대책 수립과 실태조사, 정보공유 등도 규정하고 있어 정치보복 논란과 더불어 정부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사정기관 독립성·중립성 우려를 의식해 부패 고리를 끊는 데 청와대가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각자의 독립적 영역을 존중하되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기간 강조했던 적폐청산 작업을 위한 사정의 ‘운전대’를 청와대가 강하게 쥐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반부패비서관 주재로 감사원 등 9개 기관 담당자를 불러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 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사정 드라이브’를 계속 걸었다. 문 대통령이 전날 방산 비리 등 현안을 직접 거론하며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복원을 지시했다. 일반적인 반부패 대책 수립보다는 현안 대응 기구로서 협의회를 가동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문 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이른바 5대 권력기관장을 포함, 사정관련 기관장들이 모두 참석하게 된다.

하지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권력기관이 자주 모이게 되는 데 대해 권력기관 상호 견제 기능이라는 사정의 기본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각 부처나 기관이 책임성과 자율성을 갖고 일하면 되는데 대통령이 다 모으면 지시를 따르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안 중심으로 협의회가 운영될 경우,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정기관이 비리를 찾기보다는 비리를 생산해낼 수 있다. 협의회의 기능 중에는 ‘부패방지 대책 수립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라는 모호한 조항도 있어 청와대가 직접 나서 사정기관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정치보복 논란이 나올 수 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