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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치경제학

인사 문제와 얽혀 한 달 동안 국회에서 잠자고 있던 2017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의 심사가 시작됐다. 이른바 일자리 추경(追更)에 대한 심사는 시작됐지만, 야당은 추경안에 포함된 공무원 증원을 문제 삼으며 정부에 수정안을 요구하고 있다. 굳이 야당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미래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할 때 공무원 증원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제안만으로도 이미 ‘의도되지 않은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내 공무원 및 공공기관 일자리를 81만 개 창출하겠다고 공약하면서 노량진 등 공무원·공공기관 시험을 준비하는 학원과 수험생이 밀집한 이른바 ‘공시촌’은 문전성시다.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이던 지난 4월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은 전체 취업준비생의 절반이 넘는 25만7000명으로, 이들의 생산활동 포기로 인한 순기회비용은 17조 원이 넘고, 이는 2016년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1%에 해당했다. 새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기 정책으로 공시생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사회적 낭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개인 입장에서 보면 공직을 희망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다. 결코 나무랄 일이 아니다. 우선, 연금까지 포함하면 7, 9급 공무원의 평생 소득이 대기업 취업자보다도 오히려 더 많다는 분석이 있다. 게다가 60세(교사는 63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 민간부문에서 ‘사오정’(사오십대에 정년)도 드물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직업의 안정성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공무원 입장에서 높은 평생 소득과 높은 직업 안정성은, 고용주인 정부 입장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높은 재정 부담을 의미한다. 14일 김종석 의원의 의뢰로 국회 예산정책처가 추계한 자료를 보면, 공무원 1만2000명 증원으로 인한 재정 부담은 정년까지 앞으로 30년간 최대 23조365억 원에 이른다. 내년 이후에도 공무원을 추가로 증원할 경우 재정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게 분명하다.

공시촌의 문전성시는 당초 문 정부의 기대와도 다른 추이로 보인다. 청년층의 실업난이 심각하니 공무원·공공기관 일자리를 늘려 급한 불을 끈 후 이를 마중물로 삼아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었다. 하지만 공시생이 늘면서 실업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국가적 생산성만 좀먹는, 엉뚱한 방향으로 나갈 우려가 없지 않다.

예산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게 목적이라면 마중물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좀 더 직접적이고 효율적인 방법도 있다. 유력한 하나의 방법이 아웃소싱이다. 아웃소싱은 노동 공급의 경직성을 줄인다. 당연히 한 번 채용으로 정부가 영원히 떠안게 되는 장기적인 재정 부담도 줄어든다. 실제로 스웨덴 같은 많은 복지국가가 국가 재정위기를 경험한 후 사용한 방법이다.

사회적 서비스라고 해서 반드시 정부가 공무원을 늘려 직접 제공할 필요는 없다. 예산을 배정하고 민간 회사에 위탁하면 된다. 해당 서비스를 가장 잘, 그리고 가장 저비용으로 공급할 회사를 경쟁을 통해 선택하면 된다. 일자리도 늘어나고 효율도 높아진다. 아웃소싱을 관리할 소수의 공무원이 필요하게 되면, 위탁 업무를 수행한 민간의 사회 서비스 제공 회사에서 여러 해 일한 경력자 중에서 선발한다. 이렇게 하면 공시생들도 관련 회사에서 일하는 길을 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