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양향자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靑, 인사 논란에 “여론 파악”
文 지지율 고공행진에 독주

與 “靑서 역할 안준다” 불만
靑엔 침묵… 野엔 강성 발언

野, 당 내홍속 對與투쟁 몰두
대승적 협조 · 3野 공조 실종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대선 최대 화두였던 협치는커녕 대의민주주의의 요체인 정당정치조차 실종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독주하는 청와대와 무능력한 여당, 무기력한 야당이 함께 책임져야 하는 정치파산 상황이다. 양당 체제와 달리 다당제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협치가 필수적이고 경색 국면을 풀기 위해선 청와대와 여당이 앞장서 물꼬를 트고 야당은 전향적으로 협력하거나 발전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야는 10일에도 남 탓에만 열을 올리면서 국회 마비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무시하는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은 ‘5·9 대선’ 당선 직후 “이번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부”라고 강조하며 집권당과 대통령이 수평적이고 동등한 관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여야 지도부를 찾았고, 6월 초 국회에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는 등 역대 대통령과 달리 협치의 구색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두 달째를 맞은 현재 민주당에서는 청와대가 여당에 역할을 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공공연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가 국회나 여당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언제 추락할지 모를 여론에 기대 독주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선 논란이 불거졌을 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는 참고 자료일 뿐 국민 여론을 보고 가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각종 인사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여론을 파악 중’이라고 밝히는 등 국회와 여당을 등한시했다.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80%를 넘나드는 상황이 오히려 협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능력한 여당 = 집권 여당이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청와대 출장소’로 전락할 때 ‘최순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교훈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나왔지만, 이번 정부에서도 민주당이 존재감을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특히 인사청문 정국을 거치며 청와대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송영무 국방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자질 논란이 불거졌지만, 당 지도부나 인사청문회에 나선 의원들은 “낙마 수준까지는 아니다”라며 감싸기에 급급했다.

여당이 침묵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던 상황에서 추미애 대표는 청와대가 아닌 야당을 향해 강성 발언을 이어가며 실낱같은 협치 가능성마저 사라지게 만들었다. 추 대표는 문준용 씨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 국민의당을 향해 ‘머리 자르기’ ‘북풍에 버금가는 대선 공작’이라고 포화를 날리면서 그나마 정부·여당에 협조적이던 국민의당을 돌아서게 했다. 추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국민의당 대선공작 게이트는 국민을 속인 것으로 민주주의를 짓밟고 헌정을 유린한 죄”라며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지만 5월 5일 발표할 때까지는 상당한 주고받기가 있었다고 짐작되는데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정치적·법적 양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당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했던 기조를 전환해 “국민의당은 석고대죄하는 심정으로 국회 정상화에 동참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조작 사건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을 설득하고 포용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하는 여당과는 한참 거리가 먼 모습이다.

◇지리멸렬 야당 = 야 3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60여 일 동안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여론을 의식해 추경안 심사나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를 1기 내각 인선 등 다른 안건과 연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문 대통령이 논란이 일던 후보자를 임명하자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사실상 연계로 전환했다.

당 내홍에 시달리는 야 3당이 대여 투쟁을 반전을 위한 발판으로 삼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협치 해법이 더욱 보이지 않게 됐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날 “여당 대표가 부적절한 발언을 해서 국회를 파행시키는 것은 여당의 대표답지 않다”며 정국 경색의 책임을 여당으로 돌렸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송영무·조대엽 두 후보자에 대한 임명이 강행된다면 이제 일주일밖에 남지 않는 7월 임시국회도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본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민의당은 대선을 뒤흔든 조작 사건의 책임이 있는 정당임에도 추 대표 발언을 반전 카드로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에 대해 치졸한 정치공작과 보복성 야당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며 “추 대표의 진정 어린 사과와 대표직 사퇴를 거듭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에서도 “어쨌든 우리 당의 책임인데, 너무 강하게 나가고 있어 적반하장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