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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준 ‘낭만극장’ 대표

“영화 관객에서 시작해 이제는 낭만극장의 극장주가 됐네요.”

낙원상가 4층 실버영화관 옆에는 또 하나의 극장이 있다. 이곳의 두 번째 실버영화관 낭만극장이다.

낭만극장은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하루 수천 명씩 실버영화관으로 몰리는 인파를 견디다 못해 또 하나를 개관했다.

이 극장을 운영 중인 김종준(74·사진) 대표 역시 은퇴자다.

김 대표는 실버영화관에서 일하던 직원이었다. 말이 직원이지 자원봉사 개념의 관리 업무였다. 평소 영화를 좋아하던 그는 1999년 은퇴 후 영화관람에 더욱 취미를 붙였고, 이 분야에서 봉사활동까지 하다가 급기야 극장을 열기에 이르렀다.

“원래 이 자리에는 시네마테크 영화관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이전하면서 공간이 비었다. 실버영화관에 대한 노년층의 호응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직접 극장을 운영해 보자는 생각을 했다. 임차료와 극장 개·보수에 적지 않은 돈이 들었지만 자신 있었다.”

김 대표는 30여 년간 은행에 근무하며 얻은 수억 원의 퇴직금을 고스란히 극장에 쏟아부었다. 부인과 가족들이 말렸으나 실버영화관의 미래에 확신을 갖고 설득했다. 이제 낭만극장을 운영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김 대표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은 것 같다. 요즘도 하루 최소 1000명 이상이 꾸준히 극장을 찾아오고 있다. 많을 때는 5000명도 넘는다. 일반 2000원, ‘자이언트’ 같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기획전은 3000원을 받아 월 매출 약 5000만 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처음부터 돈을 벌자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고 이런 곳을 원하는 노년층이 많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 운영하고 있다.”

극장 운영에 있어 김 대표에게는 철칙이 있다. 극장을 찾는 관객들을 최대한 편하게 배려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노년층이 증가하면서 실버영화관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외롭고 갈 데 없는 노인들에게 실버영화관은 시간 보내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다. 몇몇 분들은 이성 친구와 함께 데이트하며 ‘로맨스 그레이’로 변신하기도 한다. 노년의 삶을 아름답게 개척하는 은퇴자들에게 이곳이 아늑하고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