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2017 한국민화특별전’에 선을 보이는 주요 민화작품들. 왼쪽부터 엄재권 한국민화협회장의 ‘한여름밤의 꿈’(29×63㎝), 박진명 작가의 ‘까치와 호랑이’(23×40㎝), 송창수 작가의 ‘장생도’(36×53㎝), 금광복 작가의 ‘까치와 호랑이’(56×115㎝), 김제민 작가의 ‘행복’(20×50㎝). 한국민화협회 제공

- 민화협회, 7~13일 특별전

伊 루치아노 마탈론 박물관서
국내외 활동작가 164명 참가

작년 전시회서 뜨거운 반응
단독전시 열어 ‘문화한류’ 첫발

화조도(花鳥圖), 책가도(冊架圖), 세화(歲畵) 등 우리 전통 그림 민화가 예술의 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문화한류’의 첫발을 뗀다.

한국민화협회는 이탈리아 밀라노의 루치아노 마탈론 박물관에서 오는 7일부터 13일까지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164명의 민화작가들이 모두 1점씩 164점의 작품을 선보이는 ‘2017 한국민화특별전’을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그동안 민화의 해외 전시는 한국미술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행사에 일부 전시되는 형식이었다. 이처럼 민화 단독으로 대규모 전시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화는 주류 미술계의 소외와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시작된 ‘민화 배우기’ 열풍에 힘입어 아마추어 작가까지 포함할 경우 민화 인구만 10만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주류 미술계에 제대로 편입되지 못한 채 변방에 머물렀다.

민화인들은 “우리가 예술 분야에서 또 하나의 한류 장르로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서양 것을 흉내 낸 현대미술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미술인 민화”라고 꾸준히 목소리를 높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외 전시 역시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 민화협회 관계자는 “2016년에 열린 ‘한·이 전통과 현대미술의 동행전’에서 민화가 여러 장르의 하나로 소개됐는데, 당시 반응이 뜨거워 올해는 아예 민화 단독으로 전시를 개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시 장소인 밀라노는 세계적인 미술축제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며 해외 관광객들이 쇄도하는 베니스 인근 지역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밀라노와 베니스를 오가는 관광객들에게 우리 민화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오랜 전통에도 불구하고 유럽인들이 민화를 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못했으나, 민화는 충분히 경쟁력을 지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엄재권 한국민화협회 회장은 “이번 전시가 유럽에 한국 민화를 제대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유럽인들은 원근감이 무시된 민화의 파격적인 화면 구성과 원색의 강렬한 색채감, 해학적인 내용을 특히 높이 사고 있다”고 말했다.

민화의 주요 소재인 십장생도나 일월오봉도, 모란도 등 그림 속으로 들어가 천진난만하게 노닐거나 익살스러운 표정의 호랑이나 수염 달린 부처님 등이 연출하는 해학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들의 감정에 어필한다. 밀라노 현지에서도 이번 전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넬로 타이에이 루치아노 마탈론 박물관장은 “민화는 한국 역사 속 국민의 예술로 시대를 초월해 한국적인 미로 평가받고 있다”며 “전시회를 통해 한국 전통예술과 역사, 아름다움을 이탈리아에 알려 양국 간의 풍요로운 예술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 열렸던 ‘한·이 전통과 현대미술의 동행전’에서 현지인들이 민화를 감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