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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 빅데이터 기반 ‘2단계 기술’ 개발 박차

전문가 양성 예산 10억원 배정
농업 분야에 청년 일자리 창출

“초기 비용 커… 수확량 적어”
스마트팜 도입 뜻 46% 그쳐
대기업 빅데이터 수집 참여로
영농 편의성·생산 증가 기대

스마트팜(Smart Farm)이 미래 농촌을 혁신할 새로운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다. 스마트팜으로 농가에 ‘편의성’뿐만 아니라 높은 ‘생산성’을 안겨 주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작물의 생육 주기를 정확하게 판단해 농사를 짓기 때문에 경험에 의존해 농사를 지을 때보다 수확량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농촌진흥청은 이 같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2단계’ 스마트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이를 확산시킬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농업인 양성을 통한 농산업 활성화는 농업 분야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농진청, 스마트농업인 육성 추경 반영 = 농진청은 농촌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스마트농업 전문가를 2020년까지 130명 육성해 이들을 농촌 현장은 물론 농산업 기업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이번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에 이들의 육성에 필요한 예산 10억 원을 반영했다.

앞서 2014년 농진청은 스마트농업 전문가를 미래 유망 직업으로 발표했으나 관련 일자리 창출은 미미했다. 진로를 찾는 청년들 사이에서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도 높았으나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을 농업 생산, 가공, 유통 및 소비 전반에 접목해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팜은 ICT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청년들에게 적합하다. 실제로 스마트농업 전문가는 농업 분야의 사회적 불평등과 정보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농산업과 농촌 영역에 ICT를 접목하는 역할도 하기에 농촌 사회의 변화를 선도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실제로 전북 장수군의 A 씨는 보건행정학과 졸업 후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협업해 스마트팜을 경영하고 있다. A 씨는 농사에 자신이 관심을 뒀던 ICT를 접목해 직접 온실을 가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A 씨 아버지의 오랜 농사 경험이 융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농진청은 이 같은 A 씨의 사례가 고령화와 이농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 사회에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농업으로 확산해 농업 분야에서도 고효율 청년 일자리 창출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견인하기 위한 스마트농업 전문가 육성이 시급한 시점이다.

스마트농업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의 정밀한 조사·수집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1세대 스마트팜이 시설 자동화 등 편리성 위주였다면, 2세대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한 관리로 생산성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작물의 생육환경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는 인공지능(AI) 모델에 활용될 정보이기에 고도의 정밀성과 품질 관리가 요구된다. 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스마트농업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실제 현장에서 생육조사를 통해 농업을 이해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컨설팅 능력을 기른 뒤 창업 혹은 농업기업에 취업도 가능하다. 농진청은 스마트농업 전문가 육성이 빅데이터 조사·수집 연구·개발(R&D)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용빈 농진청 농업빅데이터팀장은 “스마트농업 전문가들이 농업 관련 기업체에 취업하거나 농업 현장에서 직접 창업하는 등 스마트팜 활성화에 기여한다면 농업 생산성 증대는 물론 스마트팜 분야 전반에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스마트팜 경영… “생산성 기대 이상”= 결국 스마트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이 담보돼야 한다. 농가 소득이 도시 월급생활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농부의 땀과 경험만으로 농촌이 직면한 문제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스마트팜 분야가 대안으로 각광 받는 이유 역시 편리성과 동시에 생산성 향상을 통해 농업인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농업인들은 스마트팜에 대해 “편리하지만, 수확량이 많지 않다” “초기 투자비용이 너무 크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농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설채소 농가에서 스마트팜 도입 의향은 46.9%로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만족도를 10으로 봤을 때 ‘영농 편리성’은 7.3, ‘노동시간 감소’는 6.9였지만 ‘생산량 증가’에 대한 만족도는 6.0에 그쳤다. 농업인들은 초기 투자 및 관리비용 부담으로 인한 불만(53.8%), ICT 사용의 어려움(16.7%) 등을 지적했다. 여전히 현장 농업인들에게 스마트팜은 멀게 느껴지는 분야인 셈이다.

결국 농업인들에게 스마트팜이 월등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 사례를 보여주는 것만이 방법이다. 농진청은 스마트팜 선도 농가들의 우수사례를 활용해 스마트팜 확산을 추진하는 한편, 선도 농가의 의견을 반영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생산성 향상 모델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지난 5월 실시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완숙 토마토’의 생산성 향상 모델평가회에서는 토마토 생산량이 일반 농가에 비해 77%나 늘어난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다. 축적된 빅데이터와 스마트팜이 토마토 생산량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농진청은 올해 딸기와 참외, 파프리카 등 고소득 시설원예작물의 빅데이터를 정교하게 수집하기 위해 스마트팜 참여 농가를 기존 10곳에서 30곳으로 확대한다. 내년까지 원격제어와 원격모니터링 등 편의성에 중점을 둔 스마트팜 1세대 기술을 작물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2세대 기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여기에 대기업들 역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KT는 딸기 생산 빅데이터와 스마트팜 기술에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며, SKT 역시 선도 농가를 통해 스마트팜 빅데이터 수집에 나서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업과 축산 등에서 빅데이터 기술이 축적될수록 자본을 가진 대기업들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우리나라의 농업수출 선진국 도약 시점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