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치세력이 지금처럼 허약한 적은 없었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에게, 2002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겨줬을 때도, 보수 정당은 여전히 국회 다수당이었고, 견제 기능을 잃지도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겪으며 ‘궤멸’되다시피 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한 것은 물론이고, 국회 소수파로 전락한 보수 정당은 둘로 갈라져 싸우고 있다. 안보·경제 위기 와중에 등장한 진보 정권은 ‘평등 지향적’ 경제·사회 정책과 대북(對北) 유화책을 구사하려 한다. 견제와 균형이 절실한데, 그럴 가망이 보이지 않는다. 보수 성향 국민이 나라가 잘못될지 모른다는 불안(不安)을 느끼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바른정당의 새 대표로 이혜훈 의원이 26일 선출됐다. 이 대표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이런 보수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면 된다. 국회 의석은 20석에 불과하다. 지난 대선에서 유승민 후보가 6.7%를 득표하는 데 그쳤고, 최근의 정당 지지율도 7% 안팎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신생정당 앙마르슈처럼,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금방 창대해질 수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당내 화합이 급선무다. 107석을 가진 자유한국당과의 통합 얘기도 계속 나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자강(自强)이냐, 통합이냐에 앞서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권의 잘잘못을 칼 같이 평가하고, 잘못된 정책에 대해선 반대하면서 올바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표는 “민생 문제와 정치 협상의 연계를 최소화하겠다”고 했지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틀을 위협하는 정책은 막아야 한다. 국회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의석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창조적 방안들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1년 뒤 지방선거에서 보수 본진을 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