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조가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1번가 앞에서 최저시급 1만 원 인상과 비정규직 노조 가입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 민주노총 산하 특수고용대책회의 등 노동자단체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특수노동자 기본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내일∼7월 8일 총파업 주간

학교비정규직, 靑에 엽서 전달
특수고용노동자, 공약이행 촉구
보건의료, 내일 총력투쟁 결의

공공운수·전교조·공무원노조
30일 광화문 등 대대적 집결
새 정부 초기 협상력 높이기

친노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새 정부 출범에도 노동계가 일제히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각 노동단체의 요구사항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아무리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라고 해도 이들 요구를 모두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정부와의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선 제압용’ 파업이라는 분석과 함께 명분 없는 파업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27일 공공운수노조의 총파업 선언을 시작으로 ‘6·30 사회적 총파업’ 분위기 띄우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노동계는 이번 주를 파업주간으로 정하고 각 노동단체가 일제히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내걸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이날 노조법을 바꿔 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로 인정해 주고 노동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28일 총파업 결의대회를 여는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을 통해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도 오는 30일 법외노조 철회를 주장하며 교사결의대회를 개최한다. 백남기 투쟁본부도 경찰의 폭력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며 규탄집회를 예고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 별관 일자리위원회 앞에서 정규직화와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29일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의 노조파괴 처벌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공무원노조는 30일 노조 설립 신고 쟁취와 해고자 원직 복직, 정치기본권 쟁취 등을 요구하며 공무원 선언대회를 하기로 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도 ‘민주평등대학’을 외치며 30일 전국비정규교수대회를 연다.

그야말로 ‘봇물’이다. 새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최저시급 1만 원 인상 등 노동 친화적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과정임에도 노동계가 이처럼 다양한 파업 카드를 들고나온 것을 두고 대정부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성격의 파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시의 부적절한 파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된 시점에서, 그것도 친노동 공약들이 구체화해 가고 있는 시점이라는 측면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공공부문부터 시작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해 나가고 있고, 최저시급 역시 경영계의 불만에도 불구, 단계적으로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현재 노·사측 위원과 공익위원들이 모두 참여해 임금 수준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다. 문 대통령도 “1년 정도의 시간을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가 총파업 일정을 예정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새 정부 초기에 기선을 제압해 확실한 보상을 얻어내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 등이 이번 총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경우 대정부 압박은 물론, 노동계의 역량을 결집해 낼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총파업 강행의 한 요인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다양한 이슈들이 이번 총파업에 버무려지면서 오히려 파업의 명분이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 불편 등이 더해지면서 국민과 ‘연대’하지 못하는 파업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 학교의 급식조리사와 영양사 등이 소속돼 있는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가 14개 시·도 교육청과의 임금단체협상이 결렬돼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이 예상된다.

세종시의 한 특수목적고의 경우 영양사 등 특수직 근로자들의 파업 참가로 급식 중단이 예고되면서 기숙사 학생들의 급식에 비상이 켜진 상태다. ‘아침은 컵밥, 점심은 도시락 배달’이라는 긴급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저녁 식사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더구나 지금은 기말고사 시험 기간 중인데, 너무 어이가 없다”며 “파업을 하더라도 시기와 명분을 봐 가며 해야 하는데, 국민 불편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이익만을 위한 파업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