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단일팀 회의적 반응 등
北, ‘通美封南’ 전술 노골화
“대화 제의 실익없을 상황”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되는 대북 대화 제의가 북한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새 정부는 ‘대북제재와 남북대화 병행전략’이라는 대북정책 기조에 따라 북핵 문제와 별개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북 유화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북한은 한국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노골화하고 있다.

26일 전문가들은 북한이 통미봉남을 고수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대북 대화 제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은 대북 대화 제의가 담긴 지난 6·15공동선언 기념식 축사 메시지에 이어 24일 방한 중인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평창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장 위원은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의 이 같은 반응은 스포츠라는 낮은 단계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시작해 북핵 문제라는 높은 단계의 정치적 해법을 도출하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북한이 회의적 반응을 보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어 향후 남북관계 개선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지금 북한 입장에선 한국보다 미국을 대화파트너로 생각하고 있고, 한국과 섣불리 대화 채널을 열었다가 오히려 자국이 추진하려는 핵·미사일 개발 동력이 떨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화 제의를 해봤자 번번이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북 대화 제의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번 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되 당장은 경제·외교적인 수단을 활용한 압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양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동일한 목표에도 방법론에서 온도 차를 보이는 만큼 북핵 해법에 있어 엇박자를 내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대북 대화 정책이 힘을 받으려면 미국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한·미 정상회의에서 이러한 엇박자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