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조선의 수도 한성부를 그린 지도 도성도. 한양을 둘러싼 산줄기를 연결해 쌓은 한양 성곽 안을 자세히 보여준다. 현재의 서울을 떠올리며 도성도를 보면 흥미롭다. 진선출판사 제공

해설 대동여지도 / 최선웅 도편, 민병준 해설 / 진선출판사

조선 철종 12년(1861), 고산자 김정호가 목판으로 제작한 대동여지도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조선 최고의 지도다. 전국을 가로 39.5㎝ 세로 29.5㎝의 일정한 크기로, 남북 22층 동서 2∼8면으로 구획해 120도엽으로 만든 지도로 현대의 지형도와 같은 일반도 또는 다목적 지도다. 전국 120도엽을 모두 연접하면 가로 약 3.8m, 세로 약 6.7m의 크기인 대형 전국 지도가 된다. 층별로 모든 도엽을 연접해 지도 한 면을 반으로 지그재그로 접으면 병풍처럼 펼쳐 볼 수 있는 분첩절첩식 제책이 된다. 제책의 크기는 가로 19.8㎝, 세로 29.8㎝로 보관과 휴대가 편리하다. 지도에는 조선 ‘산경표’에 따라 백두산에서부터 국토 구석구석에 이르는 산줄기, 산과 고개, 물줄기, 못, 섬과 바위가 표현돼 있고, 행정구역, 행정 단위, 역참, 창고, 봉수, 파수 등까지 담겨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이 조선 최고의 지도에 대해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연구에 몰두해왔으나 정작 대동여지도를 직접 본 일반인들은 별로 없다. 대동여지도가 귀하고 비싼 귀중품이어서 그렇지만 혹 접한다 해도 한자로 기록돼 있어 답답함은 마찬가지다. 지난 50여 년간 지도 제작에 전념해온 지도 제작자이자 고지도 연구가인 최선웅 한국 지도제작연구소 대표와 30여 년간 우리 땅 방방곡곡을 답사하며 연구하고 글을 써온 민병준 작가의 의기투합은 ‘해설 대동여지도’라는 귀한 작업을 낳았다.

산악계 선후배인 두 사람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일반인들을 위한 한글 표기 대동여지도를 구상하다 지난 3년간 꼬박 매달려 작업을 마무리했다. 최 대표는 도편을, 민 작가는 해설을 맡았다.

이들은 대동여지도 원판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80% 축소했고, 육지, 수부(水部), 경계, 조선 10대 도로, 지도 표 일부를 컬러로 제작했다. 모든 지명과 주기에는 한글을 병기했다. 지도에 미처 그려 넣지 못했던 독도인 우산도와 거문도인 삼도를 추가했다. 이들은 우산도와 삼도의 추가가 대동여지도 원판에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국토를 온전히 하고자 하는 의도를 고산자께서도 환영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역사서 ‘신당서(新唐書)’에 나와 있는 ‘좌도우사(左圖右史)’ 원칙에 따라 지도 우측에 조선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지명과 지형지물에 대한 해설을 붙여 지리서이면서 지도와 함께 읽는 역사서의 면모를 갖췄다.

해설에는 조선 시대 당대 상황, 변화된 현대의 모습은 물론 뜻 깊은 명소에 대한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조선왕조실록’이 한글로 번역, 보급되면서 숱한 영화, 드라마, 소설 작업이 뒤따랐듯이 해설 대동여지도는 많은 독자들, 창작자로 하여금 조선의 옛길을 따라 걸으며, 자기만의 상상을 펼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최 대표와 민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지도는 그 시점의 역사다. 지금의 장소가 옛날에는 어떠한 곳이었으며 무엇이 있던 곳인지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당시의 지도를 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대동여지도에는 160여 년 전의 상황이나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역사나 지리를 읽어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마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