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필 미켈슨(왼쪽)이 지난 2013년 2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TPC에서 열린 PGA투어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을 확정한 후 캐디 짐 매케이와 포옹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필 미켈슨(47)이 25년을 함께한 캐디 짐 매케이(52)와 이별했다. 둘은 메이저대회 5승을 포함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 41승을 합작했다.

21일 오전(한국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켈슨과 매케이는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상호 합의 하에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켈슨은 “골퍼-캐디의 관계를 마치는 것에 매케이와 동의했다”며 “어떤 사건 때문은 아니고 우리 모두 변화해야 하는 때가 됐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매케이는 1992년 US오픈 직전 미켈슨의 캐디가 됐고, 미켈슨이 PGA투어에서 올린 42승 중 41승을 보좌했다. 메이저대회에서는 마스터스 3회, PGA챔피언십 1회, 브리티시오픈 1회 우승을 거들었다. PGA투어 외까지 포함하면 통산 46승을 합작했다. 매케이가 미켈슨의 골프백을 멘 대회는 600개가 넘는다. 프레지던츠컵과 라이더컵에 11회씩 동반 출전했다. 미켈슨은 지난주 US오픈에 딸의 고교 졸업식 때문에 불참했지만, 매케이는 미켈슨이 극적으로 출전하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코스를 답사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1995년 6월 열린 PGA투어 US오픈에서 필 미켈슨(아래)과 캐디 짐 매케이가 나란히 그린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오랫동안 승수를 보태지 못했고, 매케이의 건강이 좋지 않은 게 아름다운 이별의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켈슨은 2013년 브리티시오픈 제패 이후 승수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켈슨이 탈장 수술, 매케이가 무릎 수술을 받았다. 미켈슨은 “매케이와의 관계는 골프라는 범주를 넘어섰다”며 “매케이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중 한 명이고, 앞으로도 그를 가족처럼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매케이 역시 “미켈슨의 캐디였다는 사실에 항상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케이는 “골퍼와 캐디의 관계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미켈슨이 우승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축하하겠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미켈슨의 캐디는 동생 팀이 맡는다. 지난 3월 멕시코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매케이가 식중독 증세를 호소하면서 팀이 형의 골프백을 멘 경험이 있다.

PGA투어 정상급 선수 중 캐디와 오랜 기간을 함께 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세계랭킹 3위 로리 매킬로이(28)의 캐디 J.P.피츠제럴드는 2008년부터 매킬로이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지난주 공개한 캐디 수입 순위에서 피츠제럴드는 지난 1년 동안 165만 달러(약 18억8000만 원)을 벌어 1위에 올랐다. 세계 4위 제이슨 데이(30)의 캐디 콜린 스와튼은 데이를 세계적 스타로 키운 ‘은사’다. 스와튼은 데이가 12세 때 아버지를 잃고 방황할 때 그를 다독였으며 지금까지 데이의 스윙코치를 겸직하고 있다.

하지만 끝이 항상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2)와 전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원수’지간이 됐다. 윌리엄스는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우즈의 캐디를 맡아 메이저대회 13승을 합작했다. 그러나 2011년 우즈가 윌리엄스를 돌연 해고하면서 둘의 사이는 틀어졌고, 윌리엄스는 2015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우즈의 고약한 행동을 공개하며 비난했다. 윌리엄스는 “우즈는 골프채를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내가 집어오길 바랐다”며 “마치 노예가 된 기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지난해에는 우즈가 메이저대회에서 추가로 우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