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법·근로기준법 등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못해

여야가 문재인 정부 1기 내각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민생 법안들이 ‘유탄’을 맞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각 당의 대선 공약과 정책을 반영한 민생 법안들을 6월 국회 회기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30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부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안이다. 주요 민생 법안으로는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현행 20만 원)을 2018년부터 25만 원으로, 2021년까지 3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 ‘칼퇴근’과 연차휴가를 법으로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포함돼 있다.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에 안전시설을 설치하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 0∼5세 아동에게 1인당 10만∼15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아동수당법안 등도 대표적인 민생 법안이다. 이들 법안은 여야가 대선 과정에서 공통 공약으로 제시한 법안들이다.

그러나 지난 19일부터 국회 상임위원회가 ‘올 스톱’되면서 이들 법안은 심의조차 안 되고 있다. 오는 27일로 회기가 끝나는 6월 임시국회의 남은 본회의 일정은 22일과 27일 두 차례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야 간 기싸움으로 시급히 처리돼야 할 민생 법안이 또 한 번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지난 3월 임시국회도 결국 여야 대치상황에서 ‘빈손 국회’로 끝났다”며 “국회가 민생을 위한 입법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기보다 이권 다툼을 거듭하면서 무더기로 법안이 지연되거나, 제때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