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눈물·경례 등 돌발행동
과태료 부과·감치 경고하기도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줄어드는 반면 열성 지지자들이 공판에 몰려들어 이를 통제하는 재판부의 고민도 늘고 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면 눈물을 흘리고 법정 경위들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등 돌발행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 씨에 대한 뇌물 혐의 공판에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보이는 60대 이상 방청객들이 법정을 가득 채웠다. 이날도 한 60대 남성이 박 전 대통령이 입정하자 “대통령님께 경례”라고 말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김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재판부 심리에 지장을 줘 입정을 금지하겠다”며 이 남성을 퇴정시켰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19일 박 전 대통령의 첫 재판 추첨에는 배정 좌석 68석을 놓고 525명이 몰려 7.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지난 9일과 14일 2번의 재판 추첨에선 290여 명이 응모해 약 4 대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응모자들은 주 4회의 공판에 각각 응모할 수 있어 대부분이 방청권을 얻었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박 전 대통령 재판에는 대부분 그의 지지자들이 자리를 채우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공판 시작 때마다 “방청석에서 한꺼번에 일어나면 피고인에게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법정 경위들의 통제에 따라 달라”는 요청에 더해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퇴정당하거나 과태료 부과 및 구치소 감치가 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의 법정 경위를 일반 형사재판의 4명에 비해 크게 늘려 10여 명이 법정 안팎을 통제하도록 했다. 재판부도 수시로 방청객들에게 정숙을 당부해야 한다.

재판부의 요청에도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선 수시로 방청객들의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5일 국정농단 사건의 폭로자인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퇴정하려 하자 방청객에서 야유가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입·퇴정 시에는 응원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재판에는 삼성그룹과 연관된 공판이 시작됐지만 증인으로 신청된 그룹 관계자들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불출석하고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조직적 재판 방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