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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北인권 정면 비판
정상회담 악재우려… 적극대응

청와대가 20일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가족과 친지에게 조전을 발송하는 등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웜비어 사망으로 미국 내 대북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분위기를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의 ‘한·미 군사훈련 축소’ 발언 파문에 이어 웜비어 사망이 한·미 정상회담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웜비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외교부와 협의해 입장을 정리했다. 미국 정부에 메시지를 보내기보다는 가족들에게 조전을 보내는 방식으로 결정됐다. 조전을 대통령 명의로 보내고 정부의 입장도 외교부가 아닌 청와대에서 직접 발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을 감안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문재인(얼굴) 대통령도 외신 인터뷰를 통해 직접 북한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웜비어의 상태가 나빠진 즉시 가족에게 사실을 알리고 최선의 치료를 받도록 하는 인도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의문”이라며 “북한이 인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한국시간) 방송되는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 문제를 다시 언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을 통해 지난 2007년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의 처신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문 대통령이 이번에는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웜비어 사망 전에도 그의 가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대북 대화 재개 조건 등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표출된 상황에서 동맹의 우애를 강조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었다.

청와대에서는 웜비어 송환이 이뤄졌을 당시만 해도 북·미 간 대화의 물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변화를 참고 기다리는 쪽이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민을 북한에 가서 데려올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여건이 개선되면 북한과의 대화에도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이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청와대도 미국과 보조 맞추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김병채·이근평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