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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상태 송환된지 엿새만에
가족들 “北고문·학대탓” 성명

文, 웜비어 유족에 조전 보내
트럼프 “北정권 잔혹성 규탄”
北·美 관계 최악 상황 치달아

북한에 억류된 지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송환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사진)가 19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이에 따라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는 20일 문재인 대통령 명의로 웜비어 유족에게 조전을 보내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어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무엇보다 북한이 웜비어의 상태가 나빠진 즉시 가족에게 알리고 최선의 치료를 받게 했어야 할 인도적 의무를 이행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북한이 인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단히 개탄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은 아직 우리 국민과 미국 시민을 억류하고 있는데 속히 이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를 했으며 오는 주말 보도될 예정이다.

웜비어 가족은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웜비어가 오후 2시 20분(한국시간 20일 오전 3시 20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했다고 밝혔다.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신디 웜비어는 성명에서 “아들 오토가 집으로의 여행을 완전히 끝냈다고 발표하는 것은 우리의 슬픈 의무”라면서 “북한은 아들에게 끔찍한 고문과 같은 학대를 했고, 이는 우리가 오늘 경험한 슬픈 일 외에 어떤 다른 결과도 낳을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웜비어의 사망은 지난 13일 북한에서 송환된 지 6일 만이다. 북한이 1996년 이후 억류한 미국인 16명 중에서 북한 억류로 인해 사망에 이른 사례는 웜비어가 유일하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 평양으로 여행을 갔다가 양각도 호텔에서 북한 선전물을 훔쳤다는 혐의로 체포된 뒤 같은해 3월 노동교화형 15년을 선고받았다. 북한은 웜비어가 재판 직후 식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수면제를 복용한 뒤 혼수 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으나, 웜비어를 치료한 신시내티 주립대 병원은 “웜비어는 심각한 뇌손상에 따른 무반응 각성 상태로, 식중독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여론이 악화되면서 북·미 관계는 경색 국면을 쉽게 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김병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