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문정인 발언’ 파장

“트럼프 사드 논란에 격노”
정상회담 불협화음 가능성
北美간엔 ‘외교행낭’ 충돌

미국 언론·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에 이어, 한·미 연합군사훈련 및 전략자산 감축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한·미 동맹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거 실패한 햇볕정책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해지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제재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불거지고 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실 선임연구원은 18일 언론에 보낸 논평에서 지난 16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전략자산을 감축할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한·미의 군사적 준비 태세를 북한과 협상해 교환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매닝 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과거 실패한 햇볕정책의 먼지를 털어내고 있는 듯하다”면서 “문 대통령이 이런 아이디어를 진전시킨다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 및 한·미 동맹 정책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클링너 연구원은 “문 특보의 발언은 사드 문제는 국내적 행정절차일 뿐 배치 결정을 번복하는 게 아니라는 문 대통령 발언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열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회의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 지연 논란에 대해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도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매티스 장관을 불러놓고 소리를 질렀다는 이야기가 청와대에 들어왔다”고 확인했다.

언론들도 오는 29∼30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뒤 미국 방송사로는 처음으로 20일 인터뷰를 하는 CBS의 여성 앵커 노라 오도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문 대통령 정책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햇볕정책으로 회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관계는 악화일로다. 급기야 미국은 지난 16일 뉴욕에서 개최된 장애인권리협약(CRPD) 회의에 참가한 뒤 귀국하려던 북한 대표단의 외교행낭을 압수했다. 북한 외무성은 1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 대표단이 뉴욕 케네디 비행장에서 미국의 불법 무도한 도발 행위로 말미암아 외교행낭을 강탈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항의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드 라판 미국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북한 인사들은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공인된 외교관이 아니기 때문에 외교적 불가침특권이 없으며, 문제가 되고 있는 화물 검색을 피할 수 있는 외교적 특권도 없다”고 일축했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